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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사회의 체온계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했지만, 요즘 소상공인의 골목엔 볕 대신 그림자만 짙어 간다. 3월 기준 도내 소상공인 월평균 매출은 전국 최하위권. 제주도보다도 낮고, 전국 평균과는 270만원 넘게 벌어졌다. 수치는 냉정했고, 체감은 참혹했다. 한 끼 식사값에 울고, 카드 수수료에 떨며, 대출 이자에 한숨 쉬는 생존의 경계선, 그 위를 걷는 이들에게 ‘자영업’이란 단어는 더 이상 자율과 희망이 아니다. ▼조조가 적벽에서 패하고 한탄했다. “천하를 얻는 건 하늘이 정하는 일인가.” 그러나 지금 소상공인들은 물러설 적벽조차 없다. 연체율 통계는 가파르게 올랐다. 강원도 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사상 최고치. 0.48%, 숫자에 불과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생계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다. 2019년 대비 3배, 코로나19 정점보다도 치명적인 상승 폭이다. 끝도 안 보이는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에게 천하의 운명 운운할 여유조차 없다. ▼“나라가 잘되려면 장사꾼이 흥해야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수원이 남긴 말이다. 시장은 단순한 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사회의 온도를 재는 체온계였다. 그러나 지금 그 체온은 저체온증 상태다. 손님 끊긴 점포, 빈 상가, 줄어든 간판 불빛. 정책은 있었지만 체감은 없었고, 지원은 있었지만 도달은 미약했다. 세제 감면도, 금융지원도 ‘서류’를 통과하지 못해 마른 땅에 물 뿌리듯 스며들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실핏줄이라는 것을. 그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 지 이미 오래됐다. 더 이상 비빌 언덕이 없다. 소상공인이 주저앉으면 지역경제는 뿌리째 흔들린다. 그러나 알면서도 손을 놓는다면, 그것은 무지가 아닌 방기다. ‘국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를 통해 무너진다’는 말은 경고가 아니라 예고에 가깝다. 지금이 바로 그 고리를 붙들 때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이 무너지기 전에, 볕이 들 수 있는 구멍을 하나라도 찾아야 할 때다. 아니, 절박하게 뚫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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