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는 지난 24일 경내 대법륜전에서 평창 지역 청년과 월정사 사부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를 주제로 한 특별 토론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념의 극단적 대결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철학과 역사,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조망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이해영(한신대), 김명섭(연세대), 이진경(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참여해 각각의 시각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쳤다

정념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AI 시대, 지정학과 산업화·민주화의 역사까지 고려할 때, 보수와 진보에 대한 고정된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한국 사회의 분열을 진단하고 통합의 에너지를 모을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는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발표에서 붓다와 소크라테스, 공자가 공존했던 ‘축의 시대’와 유럽 혁명기의 사유를 언급하며, 진보·보수의 상대성과 무상성을 강조했다. 김명섭 교수는 “진보와 보수 개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공간과 문명의 충돌,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며 “불교의 공(空)사상이 통합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교수는 “진보는 자격 없는 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사유이며, 보수는 기존 자격 구조를 유지하려는 입장”이라며 “이 둘은 본질적으로 선악의 구도가 아니며, 내부에도 다양한 층위의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종교는 보수인가, 진보인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현장 참석자들은 “종교는 어느 한 진영의 플레이어가 되어서는 안 되며, 불교의 중도(中道)적 사유가 분열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에서 오대산생명문화원장 현기스님은 “산은 머물고 싶고, 물은 흐르고 싶어 하지만, 물도 산을 보며 머물고 싶고, 산도 물과 함께 흐르고 싶어한다”며 “보수와 진보의 조화로운 결합, 그 자체가 강산이며 우리 모두의 방향”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이념 논쟁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와 불확실성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