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여정이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태어나고, 성장하며, 늙고, 결국 떠난다.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자 삶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삶의 끝, 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어야 할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자 실천 과제이다. 최근 들어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 아름답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의 출구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그 준비는 단순히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년 이후, 또는 자녀들이 독립하고 자신만의 시간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웰다잉은 결국 웰에이징(Well-Aging)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곧 ‘노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첫째, 경제적 준비는 웰다잉의 기본 토대다.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면 삶의 질은 급격히 저하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퇴직 이후의 소득원,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최소한의 의료비 대비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질수록 의지할 것은 결국 자신이 마련한 자원이다. 자녀나 타인의 도움에만 의존하는 삶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둘째, 건강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생애 후반기를 병상에서 보내는 삶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신체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신 건강이다. 외로움과 무기력, 소외감은 노년의 가장 큰 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 유지와 자아 성찰, 봉사활동, 취미 생활 등이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도 필요하다.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솔직히 마주하고, 유언장 작성, 장례 방식, 장기 기증 의사 여부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죽음을 터부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웰다잉의 시작이다. 최근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율성과 품위 있는 죽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재산이나 명예보다도 가족과 사회에 남긴 사랑, 따뜻한 기억, 삶의 철학이야말로 진정한 유산이다. 자녀와의 화해, 친구들과의 추억, 사회를 위한 작지만 지속적인 기여가 결국 나의 존재를 오랫동안 살아 있게 만든다.
인생의 출구전략은 죽음을 향한 준비가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더 의미 있고 충만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결국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사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존엄을 지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이별을 남기며, 조용히 인생의 무대를 내려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진정한 웰다잉이자 인생의 출구전략이다. 벌써 5년째 요양원과 병원을 오가며 인생여정을 보내고 계시는 아버지의 웰다잉을 기원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