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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대경]여름을 견디는 꽃, 배롱나무에서 청렴을 배운다.

최진혁 한국산업인력공단 강원동부지사장

“저 나무는 껍질이 없나봐요? 봄이 와서 다른 나무들은 꽃을 피웠는데, 저 나무는 아직도 겨울이네요.”

올해 입사한 한 직원이 청사 정원의 나무 한 그루를 보며 내게 물어왔다.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지난해 필자도 맨들맨들한 그 나무를 보며 궁금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강릉 생활을 시작하면서 쭉 뻗은 소나무 말고도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있었다. ‘목백일홍’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다. 절에나 가야 볼 수 있던 배롱나무가 강릉 거리 곳곳에서 보여 신기했다. 사무실이 위치한 사천면에서 해변으로 가는 길에도 붉은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에 배롱나무가 강릉의 시화(市華)라는 사실을 접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붉게 핀다’라는 뜻에서 ‘백일홍’이라고도 하며, ‘선비 나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비들은 ‘표리부동’, 즉 겉과 속이 다름을 경계했다. 배롱나무 줄기는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보이는데, 마치 겉과 속이 같아 보여 숨김이 없는 떳떳한 모습을 상징한다. 또한, 붉은 꽃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성으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사대부 집안 안뜰에 심고 선비로서 갖춰야 할 정신과 청렴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HRDK)도 청렴의 가치를 조직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우리 공단은 임직원의 가치판단과 행동양식의 기준이 되는 핵심가치에는 ‘청렴’이 들어가 있다. 올해는 공단 직원이라면 공유하고 지켜야 할 행동 기본원칙인 ‘HRDK DNA’를 선정해 직원 내면의 마음가짐부터 다져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은 청렴의 재해석으로 시작했다. ‘청렴’을 공공의 신뢰를 확보하고, 원칙과 기준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공정 △투명 △원칙준수라는 3개의 키워드를 도출했다. 이와 연계해 ‘과정이 공정하면 결과가 당당해진다’, ‘의사결정은 투명하게, 업무는 청렴하게’, ‘규칙은 업무수행의 네비게이션’이라는 행동규범을 선정해 업무를 수행하는 매 순간 조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우리 강원동부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렴이 지속가능한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강원 영동권역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과 공단 사업을 연계해 신뢰의 다리를 잇고 있다.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자에게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태백과 고성에도 시험장을 개설했으며, 공정한 시험 집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와 기업 등 직업능력개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차별 없이 국내 환경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재를 지원하는 등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배롱나무는 한 꽃이 피어나서 백일 동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꽃이 지면 다른 꽃이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꽃으로 그 자리를 지켜내듯이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실천해야 할 청렴의 자세가 이와 닮아있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청렴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

연일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는 7월, 청사 앞 정원의 배롱나무 꽃망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름을 견디면서 자신의 떳떳함을 증명하는 배롱나무처럼, 우리도 청렴의 꽃을 피워가며 무더위 속에서 더욱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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