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세트장에 와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 정말 친절해서 놀랐어요.”
러시아 연해주 고교 배구대표팀 주장 세르게이 그레쉬니에프(17)는 생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제29회 환동해고교생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그는 춘천에서 보내는 며칠을 “놀랍고 인상 깊다”고 표현했다. 공항에서 대회장까지 차로 이동하던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정돈된 거리와 주변의 깔끔한 풍경이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팬이기도 하다. 특히 권투선수들이 등장하는 액션 드라마 ‘사냥개들’을 가장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좀비 영화 ‘부산행’도 여러 번 돌려봤다. 화면 속에서 접한 낯선 도시의 풍경은 세르게이에게 ‘기억 속의 한국’을 만든 배경이 됐다.
그런 그에게 이번 방문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13살 무렵, 학교 체육교사의 권유로 배구공을 처음 잡은 그의 목표는 선수로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재능이 뛰어났던 건 아니지만 누구보다 꾸준했다. “혼자 연습하러 남는 날이 많았다. 팀원들보다 늦게 집에 가는 게 익숙했다”고 말한 그는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묵묵히 팀을 챙기고 있다.
7일, 그가 고대하던 한국과의 경기에서 연해주는 빠른 템포와 조직력에서 밀리며 0대3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세르게이는 끝까지 팀원들을 다독이며 코트를 지켰다. 그의 오랜 꿈이었고 한국 방문은 이번 여름 현실이 됐다. 드라마보다 진한 장면들이 배구공 하나로 이어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