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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생물이야기]“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1284>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예전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은 무엇보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일이 아닐 수 없다. 끔찍한 전염병이 한번 스쳐 지나갔다면 마을을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어 살아남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니 말이다.

자주 쓰는 욕설 중에서 ‘염병할 놈’, ‘호랑이 물어 갈 놈’, ‘빌어먹을 놈’ 따위의 욕지거리가 있다. 지랄(함부로 법석을 떨거나 분별없이 막하는 짓)은 간질을 일컫는 말로, 지랄병은 ‘뇌전증’이라 부르는 병을 의미한다. 경련을 일으키고 발작 증상이 되풀이해 나타나는 병으로, 유전적 내림인 경우도 있으나 뇌를 다치거나 혹 따위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지랄 발광한다’라거나 ‘지랄용천 뺀다’와 같이 사람을 심히 깔보고 욕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염병(染病)이란 예부터 세계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돌림병(전염병)을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보통 소화기계통 급성전염병인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며, ‘장질부사’라고도 한다. ‘염병을 떨다’란 사람이 생뚱(엉뚱)맞거나 나쁜 짓을 함을, ‘염병(돌림병)에 까마귀 소리’란 불길하여 귀에 아주 거슬리는 소리임을, ‘염병에 땀을 못 낼 놈’이란 염병을 앓으면서도 땀도 못 내고 죽을 놈을 뜻한다.

‘염병 치른 놈의 대가리 같다’란 장티푸스를 앓고 난 뒤에 머리카락이 송두리째 빠지는 것처럼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됨을, ‘남의 염병이 내 고뿔(감기)만 못하다(내 고뿔이 남의 염병보다 더하다)’란 남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자기의 작은 아픔보다는 마음이 쓰이지 아니함을 빗대 이르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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