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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세대 역전’

기업의 인적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 ‘젊음’은 기업의 활력과 혁신을 상징했으나, 이제는 숫자에서조차 그 존재감을 잃고 있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2022년부터 연령별 인력 구성이 비교 가능한 124곳을 분석한 결과 30세 미만 인력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지고, 50세 이상이 이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다. 이 흐름은 고용의 구조, 산업의 체질, 나아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거울과 같다. ▼“노마지지(老馬之智)로 길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경험의 깊이를 중시하는 지혜를 담은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노마는 길을 잃지 않게 이끄는 존재이지, 먼 길을 달려 목표를 개척하는 선두가 아니다. 지금 기업의 풍경은 어떠한가. 경기 불황을 핑계로 신입 채용을 미루는 사이, 노마만 남은 행렬이 돼가고 있다. ▼세대 역전은 연령 구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산업의 활력과도 직결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했다. 단기 비용을 아끼려다 장기적 손실을 키우는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신규 채용 축소는 지금 기업이 행한 가장 값비싼 절약일지 모른다. 젊은 세대는 기업에 신선한 아이디어와 변화를 주입하는 혈액이다. 이 흐름이 막히면, 기업은 외형을 유지해도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굳는다. 인력 구조의 불균형은 결국 경쟁력의 불균형으로 되돌아온다. ▼물론 50대 이상이 늘어난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는 여전히 자산이다. 그러나 자산이 자본이 되려면 투자와 순환이 필요하다. 세대 간 균형 없는 고용은 이런 순환을 끊는다. 지금의 ‘세대 역전’은 고용 시장의 얼어붙은 현실을 드러내는 경고등이다. 기업은 비용과 리스크에 갇힌 의사결정을 멈추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젊음이 사라진 조직에 내일은 없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길을 낼 이들을 먼저 불러야 한다. ‘젊은 피’가 희박해지는 조직에서 창의와 모험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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