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시찰하던 중 흉기 피습을 당한 사건과 관련, 당시 김상민 국정원 법률특보가 '테러'로 지정하지 말 것을 건의한 보고서가 있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이 2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의 특별감사 중간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테러로 지정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며 테러 지정을 하지 말 것을 건의하는 김 전 특보의 보고서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 기조실 법률처에서는 만약 검찰이 테러(혐의)로 기소했다면 테러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특보는 지난해 4·10 총선 때 경남 창원 의창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뒤 국정원 특보로 채용됐다. 김건희 여사가 김 전 특보를 창원 의창에 출마시키고자 힘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검이 수사 중이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경찰에 습격범 조사 내용 공유를 지속해서 요청했지만, 부산 경찰 측에서 접근 자체를 거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시 '피해는 별로 없는데 이 대통령이 오버(over)하고 있다'는 프레임 전환과 관련해 적어도 국정원은 무관하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정원이 경찰에 습격범 조사 내용 공유를 지속해서 요청했지만, 부산 경찰 측에서 접근 자체를 거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정원은 테러 혐의점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습격 사건을 테러로 지정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며 테러 지정을 하지 말 것을 건의하는 보고서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시찰한 뒤 차량으로 돌아가던 중 김모(68)씨로부터 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김씨는 이 대통령 주변에서 지지자처럼 행동하다가 취재진 사이를 뚫고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소지하고 있던 20∼30㎝ 길이의 흉기로 이 대통령 왼쪽 목을 찔렀다. 내정경맥 손상을 입은 이 대통령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찢어진 속목정맥을 봉합하고 혈관 재건술을 받았다.

박 의원은 특별감사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자료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검찰이 국정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국정원은 북한 업무 부서에서 생성한 자료만 한정해서 제출했다"면서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 중 쌍방울 측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정황,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대북 사업을 빌미로 주가조작을 시도 중이라는 첩보 문건이 새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선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자체 조사를 대면 보고했고, 윤 전 대통령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전 정부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피살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첩보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실제로 박 전 원장이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대거 나왔다"며 "당시 삭제했다고 알려진 특수정보, 첩보, 보고서 원본과 사본은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계엄 당시) 메모는 왜곡된 정황이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계엄과 관련해 전 정부 국정원이 계엄의 준비 및 실행 과정에 연루된 증거는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시스템을 점검했던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언 위증 정황이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고 물었을 때 '기억 안 난다' 했지만 보고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4차례 이상 만나 부정선거와 관련해 선관위를 고발하는 법적 조치를 협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 연루돼있고, 이화영 전 부지사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났다"며 "국정원에서 본격적으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정무직에 이 대통령 재판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가 있고, 재판 중인 사건을 국정원이 보고했다"며 "국정원이 정치적인 일탈 행위를 하는지 감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국정원이 발견된 자료를 보고했을 뿐인데 정치적 색안경을 씌우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행위"라며 "국정원이 오는 30일 특별감사 최종 보고를 하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에 서서 '삼각 연대'를 재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1일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해 오늘 새벽 국경을 통과했고, 오늘 오후 늦게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방중은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수행하고 있고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동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에 같이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차 방중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조우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낮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에 대해 "북중 관계 복원을 통한 대외 운신 폭을 확대하고,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견인해 체제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6천명을 3차 파병할 계획이고, 전투 공병 1천명이 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기존 파병군은 후방에서 예비전력으로 주둔 중이고, 현지 지도부 교체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가 유력한 9차 당대회를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10일 약 1만명 이상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연습하고, 10만여명의 대규모 집단체조도 5년 만에 다시 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당 창건 행사를 마친 후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전략 노선을 발표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며 "9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전략 노선을 채택하고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남 정책의 전환이나 재조정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다"며 "단시일 내 남북 관계 개선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침체국면에서 벗어났고, 중국·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외화와 물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