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지역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식량 증산사업이 펼쳐지면서 당시 한국농업기반공사가 착공했다. 강릉은 대관령을 중심으로 태백산맥 동편에 위치해, 산에서 바다까지 수로가 짧고 기울기가 급하다. 비가 오면 물이 바로 바다로 빠져나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봉저수지가 만들어졌다. ▼1977년 8월25일에 착공한 오봉저수지는 6년간의 공사 끝에 1983년 10월30일에 준공됐다. 오봉저수지의 영문명이 강릉댐인데 1995년 강릉시에 통합되면서 강릉댐이라 명명됐다. 이후 오봉저수지 또는 오봉댐이라 불리며 가뭄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고, 홍수 때에는 물을 가두어 하류지역의 피해를 막아 주며 강릉시민들의 상수원으로 활용됐다. 이런 오봉저수지 때문에 강릉이 잠길뻔한 적도 있었다. 바로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때였다. 당시 하루 877㎜의 폭우가 쏟아져 강릉 곳곳이 잠겼고 무려 1,400만 톤의 물을 저장한 오봉저수지는 50m 높이의 제방을 겨우 20㎝ 남긴 지점까지 물이 차올라 많은 시민이 대피하는 상황까지 갔으나 그날 밤 극적으로 비가 그쳐 붕괴의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이후 2008년부터 오봉저수지 보강개발사업이 시작됐다. 한국농촌공사가 총사업비 461억원을 들여 저수지 제방높이를 5m 올리고 수문보강공사를 해 2011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작업 도중 인부들이 사망하는 사고와 2008년 실시된 시설물 안전점검에서 D등급이 나오는 등 우여곡절을 치르면서 예정보다 10년이나 지난 2021년 7월에 공사가 완료됐다. ▼8일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2.5%까지 떨어졌다. 강릉시민 전체가 단수의 고통을 겪고 있다. 태풍 루사 때 제발 비를 그쳐 달라던 간절한 외침이 이제는 제발 비를 내리게 해 달라는 외침으로 변했다. 7월부터 시작된 가뭄이 3개월째 이어지며, 물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