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열린 대학, 유니버시티 4.0'을 선언하며 한림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최양희 총장은 지난 임기 동안 1기 글로컬대학 선정, 대학의 재정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등 혁신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제 12대 총장으로서 다시 대학을 이끌게 된 그는 ‘한림 비전 2040’을 통해 향후 4년은 물론 15년 뒤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한림대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지역 속의 대학, 대학 중심의 지역'의 미래를 들어본다.
■한림대의 대표 브랜드는 무엇인가?
“세계 모든 대학을 다니다 보면 훌륭하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그래도 그 대학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다. '한림 비전 2040' 첫 번째로 한림대의 브랜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이유다. 한국의 모든 대학들은 특징 없이 비슷하다. 대표적인 분야를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한림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한림대는 '의료·바이오 융합'에서 다른 대학과 차별화를 두려 한다. 이미 의료·바이오 융합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림대와 한림의료원이 협력해 연구, 교육, 산학협력, 국제화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확보하고자 한다. 현재 700명의 연구진과 연간 2,300편의 연구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인력 확충과 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향후 15년 뒤에는 세 배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외 어디서든 '의료·바이오’ 분야의 궁금증이나 고민이 생긴다면 '한림대로 가보시라'고 얘기가 나올만큼 성장시킬 것이다. 연구 인재 채용, 재정 지원, 시설과 장비 확충, 글로벌 협력 강화를 아끼지 않겠다.”

■'AI전문가' 육성도 궁금하다.
“한림대는 이미 AI기반 교육모델로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를 더 체계화하고 한림대를 주축으로 한 'K-University' 연합체를 통해 확산하겠다. AI를 교육, 연구, 학교 운영 전반으로 확산하고 구성원 모두가 AI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겠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교수를 비롯해 학생들이 교육 과정에서 AI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한림대를 졸업한 모든 학생들과 구성원들은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 체화가 된 AI 활용능력은 어느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환영받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무언가 물어보는 과정을 지나 인공지능이 내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제안하는 종속관계의 변화가 오게 될 수 있다.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AI시대에 한림대 구성원들은 전문가로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이나 기업들도 AI를 원활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 AI는 가르치는 영역이 아닌 체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이런 곳에 투입해야한다. AI계정을 시민들이 모두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비로소 그 안에서 새로운 발견이 시작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 방안은?
“미래의 대학은 굉장히 위기다. 예전에는 대학에 가야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학위가 있어야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대안 교육기관이 부상하고 있다. '대학을 왜 가야하느냐'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시대는 대학을 가지 않고도 원하는 지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제 대학은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독점적인 기관이 아니다. 기업은 직원들을 전문적으로 길러내기 위해 사내 대학을 만들고, 온라인 교육기관에서도 전공 교육을 제공하며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그래서 존경받는 대학이 돼야 한다. 대학이 학생에게 여타 교육기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때 한림대는 비로소 존경받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 개개인을 초 맞춤형으로 잘 가르치기 위한 교과목 구성과 강의방식, 평가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향후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지원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

■'지역 속의 대학, 대학 중심의 지역' 어떤 그림인가?
“인구감소에 의한 지역소멸과 입학 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한림대와 같은 사립대는 물론이고 지역의 존립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위협이다. 그래서 지역과 대학은 함께 가야한다. 대학이 학생만 가르쳐서 졸업장만 주는 기능이 전부가 아니라 모든 지역 주체들이 소통하는 구심점이 돼야한다. 대학 자체가 하나의 지식이 흐르고 완전히 개방돼 있어야 한다. 사업을 하다가, 연구를 하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모르는 일이 있으면 대학에 가서 물어볼 정도로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 소통의 허브, 구심점 역할을 대학이 해야한다. 지역 생태계의 중심이 대학이 돼야 한다. '한림대학교에 가면 무슨 일이든 해결이 돼'라는 식의 인식이 지역에 안착되기를 희망한다. 올초 강원특별자치도가 춘천, 원주, 강릉을 중심으로 전국 6번째 광역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신청했다. 아직 정부의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인데 잘 될 것이라 믿는다. 강원 지역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선 대학과 지역사회가 밀접하게 연결된 고리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제12대 총장의 임기가 끝난 후 어떤 총장으로 평가받고 싶은가?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음…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다. 총장으로서 나가는 자리에는 여러가지 직책을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교수, 학생, 시민, 공무원, 기업인, 동문들, 예술인, 정치인 등 어느 누구 가릴 것 없이 대화가 편안하게 잘 이뤄졌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대화가 잘 돼야 서로의 뜻을 확인하고 교감이 되고 상호작용 속에서 발전이 이뤄진다. 권위를 세우지 않고 수평적 관계에서 소통이 잘 되는 한림대 총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꾸준히 소통해나갈 겁니다.”
□ 최양희 총장은
강릉 출신으로 한림대 첫 강원자치도 출신의 총장이다. 옥천초교, 강릉중,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 석사,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ENST)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한국전기통신연구소를 시작으로 프랑스 CNET연구소, 미국 IBM왓슨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초대 이사장, 한국정보과학회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장관직을 마친 후 서울대 인공지능(AI)위원회를 이끌었다. 2021년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4년간 한림대의 성장을 견인했고, 제12대 총장으로 연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