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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세계의 소리

정선에서 아리랑제가 열린 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1975년 첫발을 뗀 정선아리랑제가 일주일 뒤면 50돌을 맞는다. 기념식수나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고, ‘세계를 품는 숨결’이라는 야심 찬 슬로건 아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 사이 아리랑은 세계인의 무대에서 떳떳한 이름이 됐고, 정선은 그 중심에 섰다. 이는 ‘600년 역사와 함께 세계로’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는 축제이자 선언이다. ▼“자고로 전통이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이다.” 전해지는 말처럼 정선아리랑제는 그저 과거를 복원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칠현제례로 시작해 A-POP댄스 경연까지, 아리랑은 굿판이 되기도 하고 랩의 리듬도 된다. 뗏목에 실려 흐르던 선율이 프린지 무대를 타고 세계로 번져간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에서, 2023년에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아리아라리’가 터뜨린 찬사는 정선아리랑의 세계화를 향한 전주곡이었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꿰뚫는 이 축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교차점’이다. ▼그러나 소리만 남기고 사람의 숨결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유물’일 뿐이다. 정선아리랑제가 군민과 함께 호흡하는 이유다. 읍·면 주민 퍼레이드, 실버합창, 시니어 패션쇼, 청소년 콘서트까지 축제는 전문가의 손을 떠나 주민의 삶과 맞닿아 있다. ‘맹글장’과 같은 생활형 콘텐츠부터 ‘전승 포럼’ 같은 담론의 장까지 두루 갖춘 행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넘어 ‘계승의 생활화’라는 실천으로 나아간다. ▼이제 남은 것은 ‘정선에서 세계로’라는 도약의 다리를 건너는 일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아리랑’을 단순히 보호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인이 함께 부를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한다. 마치 조선의 ‘사신(使臣)’이 국경을 건너 문화를 전하듯, 정선아리랑도 디지털 기술과 융복합 콘텐츠로 변주돼야 한다. 아리랑은 여전히 ‘가던 님도 오시고, 가던 길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울림이 국경을 넘을 때, 정선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문화의 심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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