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상대 취업 사기·납치와 감금·고문 등 범죄가 잇따르자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캄보디아를 방문, 인터폴과 아세아나폴 등 국제 경찰기구와의 초국경 범죄 합동작전을 추진하고 현지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코리안데스크' 설치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경찰청은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회담을 열고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경찰관 파견 등을 논의한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캄보디아 경찰에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공식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현재 캄보디아 대사관 인력 15명 중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경찰은 3명으로, 밀려드는 범죄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코리안 데스크는 해외 경찰에 직접 파견 가 한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관이다. 한인 살인사건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필리핀에 2012년 처음 만들어져 3명이 활동 중이다. 태국 경찰에도 한국 경찰관 2명이 파견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코리안 데스크가 상대국 경찰과 함께 근무하면서 협력을 더 원활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상대국이 얼마나 한인 사건을 신경 쓰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이 다국적 범죄자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국제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안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 아세안 10개국, 중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공조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간 납치·감금·온라인 사기 등 초국경 범죄 합동작전을 전개하겠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한인 대상 범죄가 빈발하는 지역에 경찰 영사를 확대 배치하고 국제 공조수사 인력을 30명 보강한다.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지역에서 숨진 경북 예천군 출신 대학생 시신을 현지 공동부검 후 신속하게 인도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의 국제공조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직무대행은 13일 오후 3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대응 및 국제공조 강화 방안 회의를 주재한다. 이에 앞선 오후 2시에는 경찰청 국제협력관과 중국·동남아 지역 경찰 영사 15명의 긴급 화상회의도 열린다.

한국과 캄보디아 외교당국도 한국의 경찰 주재관 증원 및 '코리안 데스크' 신설을 놓고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외교당국은 캄보디아 인근 필리핀에서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코리안 데스크 사례를 들어 캄보디아 독자적 치안 역량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범죄를 다루는 데 한국이 협조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설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인력 확대와 별개로 외교부 본부의 영사 관련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외교부의 영사안전국이 영사 정책과 현장 실무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이스라엘의 한국인 구금 등 실무 사안이 빈발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된 만큼 조직을 강화해 이를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연루 범죄가 자행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행을 택하는 사람이 작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으로 현지에서 체포된 한국인 범죄자들이 일부 있으며, 이들은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국내에서의 처벌을 피하고 추후 현지에서 계속 범죄 활동에 가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실제 외교부는 지난 11일 설명자료를 내 캄보디아 내 온라인 스캠에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면서 "이러한 자발적 가담자들은 국내 우리 일반 국민에 대한 잠재적인 보이스피싱 가해자"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선량한 피해자가 없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불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인원에 대한 계도와 국내적 처벌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고문당해 사망한 20대 한국인 대학생의 시신이 2개월째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경북 예천의 대학생 A씨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발견된 곳은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감금 피해가 주로 발생해온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지역 인근으로 확인됐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A씨의 사망 증명서에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적시했다.
A씨는 앞서 지난 7월 17일 가족들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에 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일주일 뒤 A씨의 가족에게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를 쓰는 협박범이 전화를 걸어와 "A씨가 사고를 저질러 해결해야 한다"며 5천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해당 전화 통화 후 경찰과 외교부에 신고했다.
경찰과 외교부는 A씨 가족에게 돈을 보내지 말고 현지 경찰에게 (A씨) 위치와 사진 등을 보내라고 안내했지만, 가족들은 A씨의 위치를 알 수 없었고 그사이 가족들은 협박범에게 걸려 온 전화로만 A씨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흘 만에 협박범 전화가 끊겼고, 2주 뒤 A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시신은 2개월째 캄보디아 현지에 방치된 상태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사법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고 국내 유족과 소통하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지속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달 캄보디아 현지에 경찰 등을 파견해 A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송환하려 했으나, 캄보디아 정부 협조 문제로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 부검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입출국 경위와 범죄 피해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