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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인류 바꾸는 AGI 시대 ‘강원다움’으로 승부수

AI 실크로드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AI를 통해 지역의 산업 구조 자체를 전환하겠다는 구체적이고도 전략적인 선언이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의 정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강원도가 선택한 길은 명확하다. AI는 ‘미래산업’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인식하에 이제 ‘AI X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라는 청사진이 강원도의 이름 아래 본격적으로 실행에 들어가고 있다.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청사진

■AGI 시대, 16조 달러 시장의 도래=글로벌 시장조사업체 PwC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이 세계 국내총생산에 15.7조 달러(2경 2,369조 3,600억원)의 추가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예측(AI 분석-시장 잠재력 평가 리포트)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히 특정 산업의 성장이 아니라, 인류 문명 전반에 걸친 대전환을 예고하는 수치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AI 시장규모는 2024년 현재 약 1,840억 달러로 추산되고 2030년까지 평균 28.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술 진화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AGI(범용인공지능)’에 대한 가능성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2030년대 중반을 전후해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모방하거나 그에 필적하는 수준의 AI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AGI 시대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AGI는 결국 의료, 법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인 판단과 수행 능력을 갖춘 ‘자율 에이전트’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멀티모달 AI’는 종합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팅 기술이 결합된 ‘양자 AI’는 이전에는 풀 수 없었던 복잡한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소외된 지역은 더 이상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 중심지로 도약하는 강원:에너지, 지리, 정책의 삼박자=강원특별자치도가 제시한 AI 전략의 핵심은 ‘컴퓨팅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기술 기반 도시로의 전환이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대규모 발전소가 밀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전 제한이라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저평가 받아왔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전력 소비가 많은 AI 데이터센터 입지로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도는 춘천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냉각 시스템을 활용해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수력 기반 친환경 인프라는 탄소중립 시대 AI 전력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는 글로벌 AI 산업의 흐름 속에서 도의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AI화:바이오와 제조업에 기술을 심다=AI 기술이 연구소, 실험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도의 접근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예가 춘천과 원주를 잇는 바이오 산업 기반에 AI를 접목한 의료기기 사업이다. 강원도는 5,800억원 규모의 ‘AI 응용 의료기기 실증화 사업’을 통해 기초 기술 연구부터 인허가, 실증, 해외 임상까지 전 주기 지원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AI 헬스케어 혁신특구’도 조성되며,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테스트베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에도 AI 기술이 빠르게 이식되고 있다. 동해의 해저케이블 공장과 삼척의 시멘트 산업은 AI 기반 공정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한 자율 제어를 실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은 높이고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은 줄이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로 2년 연속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강원다움’과 AI의 융합:정체성을 입힌 기술 전략=기술은 차갑지만, 강원도는 그 위에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덧입히고 있다. 바로 ‘강원다움’이라는 자산을 AI 기반 관광과 도시 정책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강원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건강 중심 관광을 지향하는 ‘웰니스’ 산업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AI 기반 건강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개인의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관광 코스 설계와 실시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AI는 방대한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산림 보호나 재난 대응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맡는다. 강원의 숲과 도시, 관광자산이 단지 아름다운 풍경에 그치지 않고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불균형과의 싸움:인재, 인프라, 기초체력의 부족=물론 이 모든 전략은 이상적인 계획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강원도는 디지털 인프라 측면에서 전국 평균의 1% 수준에 불과한 열악한 기반을 안고 있으며,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강원도는 전국에서 AI로 인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과 단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자동화 기술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는 이 같은 현실을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AI 컴퓨팅 인프라, 제조업 고도화 등 세 가지 전략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 안에서 파생되는 교육과 인재 양성을 연결고리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강원도는 오는 2031년까지 AI·반도체 분야 전문인력 1만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강원 AI고등학교’를 신설하고 지역 대학과의 AI 융합학과 공동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실무 중심의 현장 인턴십을 강화해 이론이 아닌 실제 기술 현장 중심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자 한다.

■기술을 ‘삶의 조건’으로 바꾸는 실험=이제 AI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운명을 바꾸는 절박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강원도는 그 선택의 무게를 누구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기술 도입에서 멈추지 않고 산업 구조 개편, 삶의 방식 변화, 교육 시스템 전환까지 전방위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 지역 역시 기술을 ‘생존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그 조건을 일찌감치 직시한 강원도의 선택은, 어찌 보면 이 시대 가장 현실적인 실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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