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청년들이 지역을 계속 떠나고 있다. 지난해 도내 청년층(19~34세) 5,000명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등 2002년부터 수도권 순유출 청년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이동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우려하는 경고음이다. 올해 1분기 30세 미만 사업자가 역대 1분기 중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15~29세 취업자는 8개월 연속으로 줄어드는 등 청년층의 창업 및 취업난 또한 심화되고 있다. 지역의 현재이자 미래인 강원 청년 경제인들이 청년이 머물고 싶고, 살기 좋은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질문을 던진다. 청년들을 위한 강원자치도로 가는 길은 어디일까?
■강원선(51·중앙기획 대표) 강원청년경제인연합회장=“경기 포천 출신으로 강원지역에서 사업체를 운영한 지 12년째다. 강원청년경제인연합회장을 맡아 지역 청년 문제를 돌아보니 강원 청년들의 수도권 이탈 현상은 타 지역에 비해 부실한 일자리, 주거 문제, 워라밸 불균형 등의 문제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요즘 청년들은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2024년 상반기 청년층 대상 채용동향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5명이 일자리의 기준(복수응답)으로 ‘일·생활 균형’(51.2%) 등을 꼽았다. 우선 월세 지원 등 주거비 보조 확대와 같은 정주환경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여기에 문화·여가 인프라 병행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 청년층을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스포츠, 문화생활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원우림(35) 현대씨앤이㈜ 대표이사=“강원특별자치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으로서 도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주거·문화 인프라 부족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청년이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강원자치도에는 청년위원회나 정책 참여 기구들이 운영되고 있어서, 과거보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늘었다. 본인 역시 여러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은 형식적인 자문 성격이 강하고, 체감상 실제 정책이나 예산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낮다. 예를 들어 청년참여예산제처럼 청년이 직접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일부 부여하거나, 각종 위원회에 청년 참여 비율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참여만이 아닌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구조가 갖춰질 때, 청년들의 지역 공동체 의식이 고취돼 지역에 대한 신뢰도 커질 것이다.”
■이진영(28) ㈜녹색산업 과장=“강원자치도는 최근 신규창업, 청년창업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되고 있지만 저희 같은 기술 기반 중소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투자와 전문 인력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환경, 자원 분야는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기에 현장중심 기술개발 보조가 확대되었으면 한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이유는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일자리의 부족이 가장 큰 것 같다. 춘천시의 경우 청년 일자리 중 공무원의 비중이 크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거환경 개선과 신규 일자리 창출, 기존 일자리 매칭 시스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현상(33) ㈜아이캠 전무이사=“청년 기업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투자와 R&D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시제품 제작비나 시장 검증 자금, 판로 개척 지원은 체감도가 낮다. 청년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기술개발(R&D) 직접 지원, 투자 유치 연계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또 지역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연계된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 기술 기반 창업이 가능한 환경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AI·IoT·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조성돼야 한다. 농업·관광·스포츠 등 강원 특화 산업과 ICT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고려해볼 때다.”
■임환희(30) 태경화학 대표=“청년이 남으려면 ‘버틸 이유’보다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선 지역 안에서 배우고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술을 배우는 청년이 지역기업에서 일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고도 기술인으로 성장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청년 정착의 모습일 것이다. 청년들이 기술을 배우고 키울 수 있는 산업 환경 또한 지속돼야 한다. 결국 지역의 경쟁력은 ‘젊은 기술인’을 얼마나 오래 붙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기업을 운영해보니 실제 현장에서 겪는 문제와 행정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때가 많다.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 청년기업인의 의견을 듣는 구조가 마련됐으면 한다.”
■한승후(28) ㈜위드이노베이션 대표=“주변에 있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을 보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느꼈다. 지역의 청년이탈률 해소를 위해 2015년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삶의 만족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 문화·여가,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강원형 청년주택을 확충하고, 청년 문화공간이나 협업오피스를 활성화하면 지역 내 교류와 창업 기회가 함께 만들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일시적인 창업 붐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로컬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산학연 연계형 청년 R&D 펀드 조성 △청년 전용 투자조합 설립 같은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홍민기(30) 미래솔라 전무=“청년 정착을 늘리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 일자리가 아니라, 지속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 기업과 혁신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기업의 복지 수준 및 워라밸 향상, 지역 특화산업(관광·물류·에너지·바이오·농업 등)과 연계한 청년 창업·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또 청년인력 채용 시 고용보조금 지원 및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 기업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량 있는 청년 인재 육성도 중요하다. 청년들이 기술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및 기업 환경이 구축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