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29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지인 경북 경주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해 이 대통령의 환영을 받으며 국빈으로서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1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약 8년 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국빈으로 다시 찾았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장소인 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일본을 떠나 이날 오전 11시 32분께 김해국제공항에 내려 마린원 헬기로 경주로 이동,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특별연설을 한 뒤 정상회담 장소인 경주박물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은 이날 오후 2시 12분께 노란색 전통 복장을 한 취타대의 선도 아래 박물관에 도착했다.
회색 양복에 금빛 넥타이 차림의 이 대통령은 약 8분 전 이곳에 미리 자리해 차량에서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웃으며 맞이했다.
이 대통령이 금빛 넥타이를 선택한 것은 황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환대의 의미로 보인다.
푸른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왼손으로 이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양 정상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양옆으로 도열한 의장대를 따라 깔린 레드카펫을 밟으며 박물관 안으로 함께 들어섰다.
이어 양 정상은 장내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의장대를 함께 사열했다.
먼저 우리 측 군악이 울려 퍼지자 이 대통령이 오른손을 들어 경례했고, 미국 국가 연주가 흘러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거수경례했다. 이후 애국가가 다시 연주됐고 이 대통령은 손을 가슴에 얹었다.
양 정상은 연단에서 내려와 이 대통령은 미 측 공식 수행원들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측 수행원들과 각각 인사를 나눴다.
미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우리 측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강경화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 측 수행원들 쪽으로 향해 이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그리어 대표와 짧게 대화를 나눈 뒤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과 대화하는 러트닉 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웃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우리 측 환영 인사들이 도열한 곳으로 자리해 이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를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미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의장대 사열 및 대표단 인사 교환 등 공식 환영식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며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상훈법상 '무궁화 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 훈장으로,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우방 원수와 그 배우자 등에게 수여할 수 있다.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은 수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평화 수호의 의지와 강한 리더십, 한미관계에 대한 헌신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주신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면서 평화와 번영에 미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훈장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소를 지으며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선물이다.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이를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을 들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매체와 다른 참석자들에게 잘 보이도록 측면으로 놓였던 훈장의 방향을 직접 정면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하는 의미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 제작된 것이다.
천마총 금관은 현존하는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형태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전장은 이에 대해서도 "천마총 금관은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를 연결하는 신성함,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며 "경주를 국빈으로 찾으신 트럼프 대통령께 한반도에 처음으로 평화를 가져온 신라의 정신과 한미동맹 황금기를 상징하는 금관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관 선물은 한반도에서 장기간 평화 시대를 유지한 신라의 역사와 함께 한미가 함께 일궈 나갈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상징한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금관 선물 증정이 끝나고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양 정상은 박물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함께 신라 금관을 관람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굿즈' 전시를 둘러보며 일대일 환담을 나눴다. 트럼프 굿즈는 마가(MAGA) 모자와 사진집 등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물건들로,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준비됐다.
두 정상이 마주한 것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만이다.
한편, 양국간 무역협상 최종타결은 매우 가깝지만 아직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3천500억 달러(약 50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실행하기로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했으나, 한국의 대미 투자 구성 방식 등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타결이 늦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일본에서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매력 공세'를 앞세워 일본이 투자키로 한 5천500억 달러(약 787조원) 중 4천900억 달러(약 702조원)에 해당하는 구체적 투자 확약을 일본 기업들로부터 받아냈으나 한국과의 협상 타결은 아직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29일 진단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8일 도쿄에서 일본의 유력 기업인들과 함께 한 만찬 자리에서 최대 4천9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확약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를 투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한국 측은 전액 직접 현금 투자를 할 경우 한국 경제가 불안정해지므로 대출과 대출보증 형태를 포함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 더해 외환 안정을 위해 양국간 통화 스와프 등도 필요하게 된다.
양국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 최종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을 공개로 내놓고 있다.
오현주 한국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차장은 투자 구조, 형태, 이익 배분 방식 등 문제에 대해 양측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8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도쿄로 가는 에어포스원에 함께 탄 기자들에게 "해결해야 할 세부사항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한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당장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복잡한 협상이며, (최종 타결이)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한국과의 관세·무역 협상에 대해 "최종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한국 측)이 (최종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현대기아차 등은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내고 있어, 15% 관세율을 적용받는 일본과 유럽의 경쟁 업체들에 비해 대미 수출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AP통신은 대미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비자 문제도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비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지적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에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지난 7월 벌어진 이민단속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는 그들을 내보내는 데에 반대 입장이었다"며 비자 시스템 개선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의 요구사항 중 일부를 완화했다고 전하면서 "투자의 세부사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한 취재원의 설명을 전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빨리 타결되는 게 좋은 점도 있고, 타결되지 않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 어떤 것을 타결하느냐가 문제"라며 "여전히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관세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는 "시점보다 '국익 중심'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고수하고 있다"며 "(협상 내용이) 국익 기준에 들어온다면 당연히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전망과 관련해선 "저도 궁금하다. 현재까지는 확실한 징후나 움직임을 알지 못한다"며 "(회동할) 확률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 판문점이나 원산, 평양 등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 중인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판문점도 쉽지 않은데 판문점에서 멀어지면 미국 쪽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우리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 메시지와 기조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 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