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가리왕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영광과 상흔을 동시에 품은 산이다. 알파인 경기장의 설치와 복원, 지역 경제 회생 논의는 7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제 정선군은 보존과 개발의 이분법을 넘어, '산림형 국가정원'이라는 제3의 해법을 꺼내 들었다.
가리왕산을 단순한 경관 공간이 아닌, 생태·문화·경제가 공존하는 복합형 국가정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이 계획은 단지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올림픽 유산을 미래 자산으로 재창조하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국가적 실험이기도 하다.
정선군의 눈은 지금, 세계로 향하고 있다.
■자연을 품은 올림픽 유산, 세계가 주목할 ‘산림형 국가정원’=올림픽 유산의 활용과 지역 회생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강원 정선의 가리왕산이, 드디어 ‘보전과 활용’의 접점을 찾았다. 2018년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으로 사용된 가리왕산은 수년간의 공방 끝에, 이제 국내 최초의 산림형 국가정원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순천만, 태화강 등 수변 중심 국가정원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산림자원 기반의 국가정원은 정선이 처음이다. 이는 단지 하나의 정원을 짓는 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케이블카, 산림, 자연경관 등 올림픽 유산과 생태자산을 결합해 지역의 체류형 관광을 견인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공공 주도의 운영 체계 구축으로 난개발을 막고, 생태복원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발전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캐나다 부차드 가든…폐광지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바꾸다=정선군은 이번 해외 벤치마킹에서 캐나다 부차드 가든의 성공 사례에 주목했다. 한때 석회석 채석장이었던 공간을 생태적 정원으로 되살린 부차드 가든은,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이 정원은 ▲계절별 순환 식재 ▲퇴비화 시스템 기반의 유기농 운영 ▲문화·예술이 결합된 공연 프로그램 ▲반려동물 친화 공간 등으로 복합 체류형 관광을 실현하고 있다.
가리왕산 역시 올림픽 유산으로 인해 훼손된 공간을 생태 복원하고, 이를 미래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사한 조건을 지녔다. 정선은 부차드 가든처럼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정선 아리랑 정원’, ‘사계절 조명축제’ 등을 기획해 지속적인 관광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식재는 지역 자생식물을 기반으로 하되, 전문 육묘·테스트베드·퇴비화 시설을 연계해 과학적·친환경 정원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원의 철학, 원주민 정신을 계승하다 – 해틀리 성 사례=해틀리 캐슬 파크는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땅의 정신’을 계승한 살아있는 문화 공간이었다. 이 정원은 원주민 전통 토지관리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자생식물 복원을 핵심으로 삼고 있었다. 또, 영화 ‘엑스맨’, ‘데드풀’의 배경으로 활용된 이 정원은 미디어 콘텐츠와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정선도 ‘아리랑’, ‘백두대간’, ‘올림픽’이라는 고유 자산을 정원 철학에 녹여야 한다. 가리왕산을 단기적 개발 대상이 아닌, 지역의 정신을 담은 생태문화자원으로 재정의하고, K-컬처 연계 콘텐츠 제작을 통해 세계 시장에 ‘정선형 정원 외교’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선군은 캐나다 빅토리아시와의 우호 협약, 국제정원교류 네트워크 참여 등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육, 체험,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정원 – UBC 식물원과 비콘힐 사례=UBC 식물원은 연구·교육·보전 기능이 어우러진 체험형 정원이었다. 친환경 캐노피 워크웨이, 지역 축제형 이벤트(Apple Festival) 등은 방문객에게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농산물 소비와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였다.
비콘 힐 파크는 시민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공원으로,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원주민 역사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조화로운 시설 배치가 돋보였다.
정선은 이러한 모델을 참고해, 가리왕산 국가정원을 생태학습, 산림 치유, 지역 문화 교육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트리워크, 야외공연장, 아리랑 정원, ‘정선의 시작점(Mile 0)’ 기념 공간 등은 교육·관광·문화의 접점을 확장시키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지금이 적기…정부의 결단과 정책 필요=현재 대한민국은 인구감소, 지역소멸 위기라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 가운데 가리왕산 국가정원은 단순한 조경 사업이 아닌, 지역 생존 전략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시험대다. 순천만 국가정원이 남부권에 치우쳐 있다면, 가리왕산은 중부 내륙의 대표 거점으로서, 산림형 국가정원의 전형을 제시할 수 있다.
정선군은 올림픽 유산을 보존하고 자연을 지키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 가리왕산 산림형 국가정원에 있음을 확인하고, 아리랑 세계화, 올림픽 유산 보존, 생태 관광 인프라 등 실행 기반을 갖췄다. 이제 정부의 정책적 결단만 남았다. 정부는 이 올림픽의 유산, 지역의 전통 유산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는 국가정원으로 피워낼 수 있도록 정책적 결단과 재정적 지원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