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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尹 비상계엄 선포 계획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 구속…직무유기·위증 등 혐의

'이재명·한동훈 잡는다' 보고 받고 안알려…정치 관여·위증 등 혐의도
한덕수·박성재 연속 영장 기각 후 '분위기 반전'…남은 수사 탄력받나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직무유기 및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정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조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별할 염려가 있다"며 12일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 또한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이처럼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민의힘 측 의도를 알면서 CCTV를 제공하고, 본인 동선 CCTV를 제출하라는 민주당 요구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한 것이 정치 관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영장에 기재됐다.

조 전 원장은 앞서 증언과 답변서 등을 통해 계엄 선포 이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고령 등 계엄 관련 문건을 보지 못했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는 것도 못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아 보고, 조 전 원장이 집무실을 나가면서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접어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 전 원장은 작년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참석 멤버로, 국회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안가 회동 당시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적 없다고 증언했으나 특검팀은 이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증거인멸)도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이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

◇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1.11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482쪽 분량의 의견서와 151장의 PPT를 토대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에 총력을 기울였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도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체포 관련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보고받지 못했으며, CCTV 제공 역시 논란이 된 사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 제공 차원일 뿐 정치 관여 의도는 아니라고 소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계엄 국무회의 당시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위증하고 허위로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조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이 '내란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를 구속한 것은 지난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후 처음이다.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숨 고르기' 시간을 가졌지만, 이번 영장 발부를 계기로 남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영 내란특검보가 19일 오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29

한편, 조 전 원장이 구속되면서 이제 신병 확보 필요성이 있는 주요 피의자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두 명만 남게 됐다.

박 전 장관의 경우 구속영장 기각 후 광범위한 보완 수사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했다는 점과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대폭 보강해 이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또 추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체포동의안)는 오는 13일 본회의 보고 후 27일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잡힌다.

조 전 원장의 구속으로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국정원장직의 수난사도 주목을 받는다.

정권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국정원 수장은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 개입이나 사찰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려 형사 처벌 대상이 됐다.

1999년부터 재출범 이후 국정원장을 지낸 16명 중 조 전 원장을 포함해 8명이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은 9명이다. 조 전 원장이 기소되면 법정에 선 10번째 전직 정보수장이 된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발해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지금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국가 기밀을 비롯해 각종 정보와 보안을 담당하는 정보기관인 탓에 '국정원장 수난사'는 출범 초기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신건 전 원장은 이른바 '삼성 X파일' 등 불법 감청을 묵인·지시한 혐의로 2005년 구속기소 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형 확정 4일 만에 사면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만복 전 원장이 2011년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와의 인터뷰 등에서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다만 검찰이 김 전 원장의 기소를 유예하면서 법정에 서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모든 국정원장이 수사 대상이 됐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김성호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4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가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9.26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재판받는 도중 청와대 측에 특활비를 건넨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돼 징역 9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초대 국정원장인 남재준 전 원장을 시작으로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모두 특활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3년,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들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연루돼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훈 전 원장은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선고가 유예됐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서 전 원장은 국가안보실장 시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혐의도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경우 지난 5일 1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당시 안보실장이던 서 전 원장에게 징역 3년, 국정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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