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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제1회 DMZ 백일장 대상] 경계 - 김형섭

[제5회 DMZ 문학상 대상]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주중에 집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강희 아빠, 강희 주말에 백일장 나가니 준비 잘 해서 오세요.” 딸아이가 어느 때부터인지 글쓰기에 관심이 있던 터라 “아 이번 주말은 화천에 가겠구나”하면서 그저 일상처럼 맞이한 오늘이었다. 설레어하는 딸아이를 보며 DMZ, 평화, 접경, 분단, 뭐 철마? 이러면서 아빠가 아는 주제를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강희야! 예전엔 철마는 달리고 싶다. 이런 말 많이 했어.” 딸은 말한다 “아빠! AI가 그건 진부하대~”

잠깐 스쳐 지나가는 나의 어린 시절 ‘주제’가 이젠 진부해진 걸까?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분단’, ‘평화’, ‘통일’ 이런 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딸아이의 경험 축적이겠거니 하면서 출발한 20여 분의 운전하는 동안 “뭘 더 도와줄 게 없나” 생각하면서도 딱히 뭔가 떠오르지 않아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강희야 DMZ 백일장이니 분명 ‘접경’에 대한 얘기가 나올 거야.” “아빠? 접경이 뭔데?” “하하하!” 그러게. 나도 모르게 어려운 얘기를 우리 딸에게 얘기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의 고향은 ‘양구’이고,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인제’에서 4년 동안 근무도 해 봤던 터라, 나는 접경이라는 뜻을 너무도 잘 알고 살아온터라 아이의 질문이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오히려 이런 접경이라는 긴장감 또한 모르고 사는 게 어쩜 더 좋은 건 아닐까 하는 긍정의 힘!

48살 중년이 되어 딸을 키우고 살아온 시절이 흘렀지만 이 ‘경계’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았고, 어쩜 이제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북한에서 댐을 지어 나중에 폭파되면 우리나라는 수해를 입는다라며 ‘평화의 댐’을 건설하자! 그러니 쌀이라도 내라 모금을 한 기억이 난다. 그게 초등학교? 아 그땐 ‘국민학교’였네. 40여년이 지나 중3 딸, 초6의 딸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 딸들이 과연 소양강댐과 평화의 댐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우리 아이들이 과연 그 경계에 수많은 삼촌들이 총을 메고,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을 설명하면 이해는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겹쳐 지나간다.

나의 시절은 지나갈 거고, 우리 아이들의 시절이 다가오고 있을 건데, 우리 아이들에게 DMZ 또는 휴전선이라는 의미는 어떨까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벌써 이 선이 그어진 지도 75년? 그냥 세계사 속의 일본, 중국 같은 경계로 이해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우리 딸 백일장 간다는 마음으로 찾아온 화천이고, 할아버지 집에 가자 하고 찾아간 곳이 양구였는데....

오늘은 시간 내어 ‘평화의 댐’을 찾아가 보련다. 우리 딸이 이해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이곳 너머에 더 이상 쉬 넘어갈 수 없는 ‘선’이 있다라는 얘기를 해줘야겠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톡파원 24시?’ 등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이 너머 우리 할아버지 고향 ‘회양’은 설명할 수 없는, 가 볼 수 없는 시절을 살고 있구나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2025년 10월,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지만, 멀지 않은 내일에 우리 아이들이 ‘경계’ 없는 아니 ‘경계’가 달라진 시절에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강희야! 철마는 달리고 싶다.” 이런 설명에 “아빠? 철마가 뭔데?” 하던 어젯밤이 생각난다.

“강희야~ 그건 몰라도 되고, 너는 나중에 KTX 타고 ‘원산’에 가 보렴. 아니 아빠랑 금강산 놀러가자”라고 얘기하고 싶은 오늘이 지나간다. “강희야! 다음 달에 원산에 기차 타 보고 가자.”, “백두산도 가 보자.” 하하하! 그날을 기다려 본다.

일러스트=조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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