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동해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해녀들의 이야기가 예술로 새롭게 되살아난다.
강릉 대추무파인아트 ‘섧[섭]’ 프로젝트의 2년차 결과 전시가 다음달 31일까지 대추무파인아트에서 열린다.
강원문화재단 ‘2025 강원다운작품개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사라져가는 동해안 해녀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 제목 ‘섧[섭]’은 강원 방언으로 홍합을 뜻하는 ‘섭’과 애달픔을 의미하는 ‘섧다’를 결합한 말로, 거친 바다에서 삶을 이어온 해녀들의 강인함과 그 이면에 담긴 감정을 상징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김소정, 엄경환, 이주영, 임호경, 서인혜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해 강릉·양양·고성 등지에서 해녀들과 함께 물질(잠수 채취)과 뒷일(손질 작업) 현장을 기록했다. 생활 속 교류와 구술 기록, 설치미술, 영상 작업 등을 통해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강원 해녀의 원형적 삶을 시각화했다. 단순한 관찰을 넘어 해녀들과 생활을 공유하며 쌓은 신뢰는 작품에 스며들어 해녀들의 일상과 지역적 경험을 세계적 감각으로 확장했다.
결과보다 과정의 축적에 가치를 두는 ‘섧[섭]’ 프로젝트는 해녀들의 삶에서 발견되는 리듬과 언어는 지역이 품은 시간의 밀도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바다의 숨결과 인간의 노동, 슬픔과 강인함이 교차하는 해녀문화와 동시대 예술이 만나 새로운 의미로 확장시킨다.
신현상 강원문화재단 대표는 “동해안 해녀들의 삶을 예술로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강원의 정체성과 감수성을 회복하는 예술적 실천”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한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