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미래 산업구조와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AI 대전환’ 국책사업은 지역산업의 첨단화를 촉진하고 균형발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정책이다. 그러나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강원자치도가 이 대규모 사업에서 사실상 제외됐다는 점은 우려를 넘어 충격적이다. 현재 예산은 광주, 대구, 전북, 경남 등 이미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역에만 편중 편성되었고, 강원과 충남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강원이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미래 산업 분야에서 배제됐다는 점은 예산 미반영을 넘어 구조적인 지역 홀대로까지 비칠 수 있다. 물론 원주의 디지털헬스케어 기반 AI 융합혁신센터와 같은 일부 AI 관련 예산이 반영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AI 대전환이라는 거시적 흐름과 국비 수천억원대 투입이 예상되는 특화지구 지정에서 강원이 소외됐다는 현실은 그간의 정책 대응과 전략적 준비의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에 발맞춘 선제적인 계획 수립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역 특화 산업과의 유기적 연결 역시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힘들다. 더욱이 현재 정부 예산안에는 사업기획비조차 반영이 안 됐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어렵게 보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그러나 사업기획비 10억원은 단순한 초기 자금이 아닌, 향후 수천억원에 달할 AI 지역 특화 산업을 위한 로드맵 설계비로서 핵심적이다. 이 예산마저 확보하지 못한다면 강원은 AI 생태계 조성에서 영구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예결특위 활동에 돌입한 것은 다행이다.
송기헌(원주을) 의원과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강원과 충남이 AI 대전환의 출발선에서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막판까지 사업기획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정책 형평성 확보 노력이다. 강원자치도 역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즉, 정부와 국회의 노력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 자체의 전략 수립과 선제적 투자도 필요하다. 특히 원주는 이미 헬스케어 산업에서 상당한 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한 AI 기반의 지역산업 고도화 모델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 예산 확보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 확보와 기업 유치,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전방위적인 마스터플랜이 요구된다.
AI 시대의 경쟁은 이제 시작됐다. 이 출발선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곧 미래 10년의 성장 기회를 상실하는 것과 다름없다. 도가 다시 경쟁선상에 오르기 위해선 지금 이 시점에서 과감하고 정교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