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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신혼부부 주거 지원 문턱 낮춰야

지광천(국민의힘·평창)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지광천(국민의힘·평창)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강원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저출산 극복과 청년 정착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핵심 정책이다. 민선 8기 주요 공약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고금리와 고물가라는 이중고 속에서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를 놓아주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약 1,600여 가구에 총 45억 원 규모의 이자 지원이 이루어진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문제는 설계가 아니라 ‘문턱’이다. 현재 강원특별자치도는 지원 대상을 부부 합산 연 소득 8,000만 원 이하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맞벌이가 보편화된 현재의 청년 가구 소득 구조와 괴리가 크다. 이미 서울과 부산은 소득 기준을 1억 3,000만 원으로, 대전·경북·경남은 1억 원까지 상향했다. 타 지자체들이 앞다퉈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안, 강원도의 기준만 제자리에 머문다면 청년들은 주거 혜택이 더 많은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통계를 보면 이 기준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명확해진다. 2025년 최저임금(시급 1만30원)을 기준으로 부부가 풀타임 근무만 해도 연 소득은 이미 5,030만 원을 넘어선다. 사회초년생 단계를 갓 벗어나 대리·과장급으로 승진하여 소득이 조금만 늘어도 강원도의 지원 기준인 8,000만 원을 초과하게 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9세 이하 청년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이미 700만 원을 상회한다. 즉,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인 삶을 사는 맞벌이 부부는 강원도에서는 고소득자로 간주되어 지원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 또한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1억 3,000만 원(내년 이후 2억 원 이상으로 예정)으로 대폭 완화하며 결혼과 출산 페널티를 없애는 추세다.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가 현실을 반영해 발 빠르게 움직일 때, 강원도만 엄격한 잣대를 유지한다면, 성실히 일하며 소득을 늘린 청년일수록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득이 조금 높다는 이유로 주거비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오히려 맞벌이를 줄여 소득을 낮추는 역진적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소득 기준 상향은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물가와 금리는 전국이 동일하게 오르는데, 강원도 청년들만 더 좁은 문을 통과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청년들이 평균적인 소득을 올리면서도 당당히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강원도에 머물고,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신혼부부 주거이자 지원사업의 남은 과제는 시대의 소득 구조를 반영해 기준을 상향하고, 가장 필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이 닿도록 제도를 고치는 일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청년이 살고 싶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득기준 현실화’라는 구조적 처방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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