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질타한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은 14일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직원들도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전임 윤석열 정부때인 지난 2023년 6월 임명된 이 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 인천공항이 무능한 집단으로 오인될까 싶어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며 "대통령님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관과 좋은 방안이 있는지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말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이 대통령님의 저에 대한 힐난을 지켜보신 지인들에게는 아마도 '그만 나오라'는 의도로 읽힌 듯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해명이 나온 이날 대통령실도 관련 논란을 언급했다.
김남준 대변인은 "야당 출신이라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바라보니 그렇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책갈피 달러 밀반입' 수법이 알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이런 수법이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이를 막겠다는 담당 기관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기에 오히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하라.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사장이 "세관하고 같이한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이라고 설명하려 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끊고 "100달러짜리 한 묶음을 책갈피로 끼워 돈을 갖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이라고 질문 취지를 확인하며 거듭 채근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이번에도 저희가 검색해서 적발해 세관으로 넘겼다"는 답에 굳은 표정으로 "참 말이 기십니다"라며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대응 방안을 세관과 협의해보라는 말에 이 사장이 즉각 대답하지 않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라고 하고는, 이 사장에게 임명 시기와 임기를 따지듯 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답하자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이 대통령의 질타는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부분에서 다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해당 사업의 진척도를 묻는 말에 이 사장이 "수도 공항은 실무적 진척이 없다"고 답하자 "카이로 공항을 물은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사업 진척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실무자를 찾아 물으려 했으나, 배석자가 없다는 이 사장에게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됐습니다"라고 한 뒤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이 사장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난 뒤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하자 "제가 대통령님 말씀을 잘못 이해하고 답변을 제대로 못 했다"며 발언권을 신청해 책에 끼워 현금을 밀반출하는 사례에 대해 "지폐 100장이 겹쳐 있으면 확인이 가능하지만, 한 장씩 책갈피처럼 꽂혀있으면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이 좀 어렵다"고 뒤늦게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의 답변에 "책을 다 뒤져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볼 책은 들고 다니지, 가방에 넣어 검색대를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건 약간 수상한 것"이라며 "(책을) 뒤져보고 열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이 방송을 봤으니, '아, 이제는 그사이에 끼워서 가면 안 걸리는구나' 생각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장이 "전체 검사는 할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전체(조사)를 하라"며 "전체를 (조사)한다고 하고 실제로 (조사)하면 아무도 (법정 한도 이상의) 현금을 안 가져가고, 다른 방법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각별히 관심을 가지도록 하라"고 거듭 주문했고, 이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