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원교육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강원대와 국립강릉원주대의 통합이었다. 올 5월 통합이 최종 승인되면서 내년 3월이면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점 국립대학인 통합 강원대가 출범한다. 통합 강원대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점 외에도 전례가 없는 통합 방식으로 대한민국 교육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출범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덕영 국립강릉원주대 총장을 만나 통합 추진 상황과 의미를 들어봤다.
■이번 통합의 의미는=“지금까지 있어왔던 일반적인 국립대학 통합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을 전제로 각 캠퍼스 소재 지역이 발전하면서 강원권 전체를 하나로 묶어 하나의 통합대학으로 발전하는 멀티캠퍼스 기반 국립대학 체계이다. 그동안 국립대학 통합에서 대두됐던 지역간 불균형발전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강원 거점대학의 국내외적 경쟁력을 높이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골격에는 캠퍼스별 최적의 지역친화요소를 접목하고, 전체 캠퍼스의 시너지를 필요로 하는 분야는 규모있는 노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소멸에 대응하면서도 지방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시대요구에 부응하는 제도라고 하겠다.”
■통합 이후 대학 운영 체계는 어떻게 달라지며, 학생들은 받는 영향은=“통합 이후에는 통합 총장 1명, 캠퍼스총장 4명, 부총장 1명 체제로 운영되며, 각 캠퍼스총장은 재정, 인사, 입시의 일정수준의 독자권한을 가지고 캠퍼스 발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학생권리의 보호는 보장되면서도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서는 통합대학의 규모에 걸맞는 보다 넓은 경험과 학습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학생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건국 이래 유례가 없는 형식의 통합인 만큼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기대되는 면은 전국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도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반면, 앞서 있던 여러 대학의 통합에서 지역 캠퍼스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 다만 이전 통합과 다른 점 중 하나가 각 캠퍼스에 재정, 인사, 입시 등 일정 수준의 독자권한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이같은 독립성을 부여한 통합 모델이 없었던 만큼 어느 정도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감한 혁신에 걸맞는 규제개혁이 아직 완비돼 있지 않다 보니 실제 초기 운영상에 여러 장애요소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걱정도 있다. 일반적인 통합보다 캠퍼스의 자율성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 헤쳐 나아가야 하는 과제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모델로 전국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SNS 등을 통해 통합 강원대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다른 대학의 통합 사례를 보면 학생들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다행히 통합 강원대에 대해서는 재학생들의 인식이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학교 차원에서 홍보가 잘 이뤄지는 것 같다.
이번 통합이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에 모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 대학의 국제 교류 풀을 모두 활용하게 되면서 국제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더 덩치가 큰 대학이 되면서 학생들에게 주어질 기회나 경험도 확장될 것이다. 이번 수시모집 경쟁률이 강릉캠퍼스와 원주캠퍼스 모두 높아진 것은 이러한 기대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통합 이후 비전이 궁금하다=“강릉캠퍼스는 동해안권을 대표하는 지자체와 대학 및 연구소의 지학연 협력 거점 캠퍼스로서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해 나아가야 한다. 신소재, 천연물, 해양바이오, 관광 및 동·하계 스포츠 등 강릉이 가진 산업과 환경적 강점을 대학의 교육·연구와 직접 연결하며 괄목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원주캠퍼스는 원주의 지역특성에 맞춘 산학 협력 거점 캠퍼스로 디지털헬스케어, E모빌리티, 스마트 통합돌봄 분야를 특성화하게 된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학사구조와 전공 교육과정을 지역수요에 맞게 개편한다.
지금까지보다 취업과 창업을 강화하고, 산업, 문화와 대학 교육이 훨씬 긴밀히 직결되는 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을 기반으로 지역과 국책연구소 등의 공동노력이 반드시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2024년도 글로컬대학사업 연차평가에서 전국 최고등급인 A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확보된 재원으로 멀티캠퍼스 인프라 구축, 지역취업·정주형 교육과정 개편, 취·창업 연계 프로그램, 관광·식품·AI·바이오 등 지역 주력 산업 연계 사업들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글로컬대학은 대학을 지역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는 체계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한 지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와 전국의 대학들에게 1도1국립대라는 새로운 모델의 구현이라는 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모든 사업은 자원 투입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성과를 본격적으로 거두기 마련이고, 내년은 5년의 글로컬대학사업 중 후반기인 4년차에 접어들어가는 시점이어서 통합 후 2년간 더 많은 변화와 성과를 거두고자 노력하고 있다.”
■RISE 사업 성과는=“RISE 사업에서 우리 대학은 향후 5년간 6대 프로젝트, 10개 세부 과제에 선정됐으며, 특히 반도체, 푸드테크, K-연어, 해상풍력 등 강원 전략산업, 지역정주형 인재양성, 로컬 창업 허브 구축, 양양 G-Lab 지역위기 대응 연구소 등이 실제 진행 단계에 있다.
이미 산학공동기술개발과제,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 어드벤처디자인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 교육, 산업 기술개발, 지역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79주년 개교기념식을 가졌다=“국립강릉원주대가 걸어온 역사와 성과를 차분히 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9년간 지역과 함께 성장해 온 대학이 이제는 강원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로 묶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79주년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그동안 쌓아온 교육·연구·지역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통합 이후에도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더욱 책임 있는 국립대학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가겠다.”
■수험생, 학부모와 강원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강원1도1국립대학은 대학 하나를 키우는 사업이 아니라 강원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프로젝트다. 국립강릉원주대는 앞으로도 지역이 키운 대학이 다시 지역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의 중심 거점 대학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수험생들에게는 강원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교육과 미래 산업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고, 도민 여러분께는 대학이 지역 산업, 일자리, 삶의 질을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약속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