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를 가로지르는 철길이 단순한 ‘이동의 수단’을 넘어 ‘문화의 동맥’으로 변모하고 있다. 2028년 개통 예정인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 등 고속 철도망의 확충은 강원도를 대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하드웨어적 혁명을 예고한다. 본보는 철길이 가져올 ‘심리적 거리의 단축’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에 어떤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부상하는 ‘아트 투어(Art tour)’의 가능성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 ‘관광’에서 ‘예술’로…패러다임의 전환
그동안 강원의 관광이 자연경관의 단순 소비에 머물렀다면, 최근의 흐름은 예술적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아트 투어’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가장 먼저 증명한 곳은 원주의 ‘뮤지엄 산’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화제를 모은 이곳은 강원의 자연과 현대 미술이 어떻게 하나의 서사로 묶여 시너지를 내는지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뮤지엄산은 2023년 연간 방문객 30만 명을 돌파하며, 특정 장소가 지닌 예술적 가치가 어떻게 지역의 문화적 자생력을 높이는지 증명했다. 이는 철도망 확충으로 인한 접근성 개선이 지역 고유의 ‘장소성’과 결합할 때, 강력한 문화적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역세권, 장소의 서사를 깨우는 거점
고속철도 개통은 수도권의 문화 소비층을 강원으로 유입시키는 동시에,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창작 거점을 제공할 기회이기도 하다. 인제군이 ‘백담역’ 신설과 연계해 추진 중인 ‘지방정원’과 ‘예술 마을 조성 사업’이 그 예다. 단순히 관광객을 모으는 공원이 아니라, 예술가가 머물며 지역의 인문학적 밀도를 높이는 ‘창작 레지던시’ 기능이 강화될 때 비로소 철길은 지역의 활로가 된다. 이러한 시도는 ‘아트 투어’가 단순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지역 예술가들과 상생하고, 지역의 고유한 장소성을 보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착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대도시로의 문화 권력 쏠림 현상인 ‘빨대 효과’나 지역의 독창성이 훼손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앞서 ‘문화영향평가’를 철저히 실시하고, 지역 작가들이 외지 자본에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아트 투어’는 화려한 수사가 아닌, 지역 소멸이라는 절벽 앞에서 강원도가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이다.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정서적 방파제가 될 수 있을지,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