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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평창 철도, 아직 부족하다

강동휘 평창주재 차장

강동휘 평창주재 차장

서울에 사는 지인이 평창에 놀러오겠다고 했다. “기차 타고 어떻게 가면 돼?”라는 물음에 설명이 길어졌다. 서울에서 KTX강릉선을 타고 가장 가까운 평창역은 용평면 재산리에 위치해 있고, 기자가 있는 평창읍까지는 다시 차로 30분을 더 내려와야 한다. 평창역 주변은 함께 대포 한잔 기울일 곳도, 대리운전을 부르기도 마땅치 않다. 결국 “다음에 보자”는 말로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평창은 KTX가 다니는 도시다. 하지만 지역에 따른 체감은 다르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횡단선에 평창 북부권이 걸쳐 있지만, 다시 남부권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종단선은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철도망만 놓고 보면 여전히 반쪽짜리다. 접근성의 취약함은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의 한계로 이어졌고, 이는 지역소멸의 가속이라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오는 7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천~평창 고속철도 노선을 이 국가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지역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평창군, 영월군, 제천시는 해당 노선이 반영되면 교통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도망이 구축되면 평창의 거리 개념이 달라진다. 평창읍, 미탄면, 대화면 등 남부권에서도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 이동시간 단축 및 편의성 향상이 기대된다. 영월도 수도권 이동에 따른 부담이 줄고 관광과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천은 강원과 수도권을 잇는 환승·분기 거점으로서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신설 역사 위치는 향후 계획 수립 과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지만, 현재는 방림면 또는 평창읍 일대가 거론되고 있다.

지역의 움직임은 거셌다. 평창에서는 군번영회 주관으로 범군민 서명운동이 벌어져 8,133명의 이름이 모였다. 군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숫자다. 이에 호응해 평창군의회는 제천~평창 철도의 국가철도망 반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제천시의회·영월군의회와 함께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강원도의회 역시 이 사안을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 건의해 원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접근성 개선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신성장 동력 창출, 생활 인구 증가와 기업 유치 기반 확대로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물론 ‘빨대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통망을 따라 소지역의 기능이 대지역에 종속되는 현상을 뜻하는 ‘빨대효과’는 고속철이 등장한 이후 지방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단어다. 접근성만 높이고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그 우려는 현실이 된다. 전문가들은 자생력을 키우는 전략이 함께 가지 않으면 철도는 기회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평창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과 저력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까지 세 차례의 국제 행사를 군민 합심으로 치러냈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온 지역이다.

최근 인근 홍천에서는 용문~홍천 광역철도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이를 지켜보는 평창 지역에서도 부러움과 함께 “우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언젠가 서울 지인이 다시 평창읍까지 오는 방법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주 쉽지. 신설된 역에서 내리면 금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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