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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사소한 부주의가 즐거운 명절을 망친다”

김재석 삼척소방서장

◇김재석 삼척소방서장

명절은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소방관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3년간 명절 연휴 화재 통계를 살펴보면, 평소보다 주거시설 화재 발생 빈도가 약 2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에 안전하고 평온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당부한다.

첫째, 주방에서의 화기 사용에 각별히 주의하자. 명절 화재의 대부분은 식용유 과열로 인한 주방화재다. 차례용 전을 부치거나 고기 요리를 하던 중 자리를 비우는 찰나의 순간이 화근이 된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불이 붙은 팬에 '물'을 붓는 것이다. 고온의 기름에 물이 닿는 순간 수증기가 폭발하며 화염이 천장까지 치솟아 순식간에 집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주방에는 일반 소화기와 별개로 기름 화재 전용인 'K급 소화기'를 반드시 비치해야 한다. 소화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을 넓게 펴서 덮거나, 배추나 상추 같은 채소를 다량 넣어 온도를 낮추는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요리 중에는 절대 자리를 비우지 않는 '정성'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둘째, 고향 집 부모님께 ‘안전’을 선물하자. 이번 고향 방문길에는 어르신들께서 화재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도록‘단독경보형 감지기’와 화재 초기 대응을 위한‘소화기’를 선물하길 바란다. 아파트는 소방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일반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화재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화재 발생 초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한 대의 울림은 잠든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천사의 목소리가 된다. 이는 소방시설 설치 이상의 효도이자, 화재로부터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기장판, 히터 등 전열기구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꺾여 있거나 먼지가 쌓인 콘센트, 문어발식으로 연결된 전선은 명절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과부하를 일으키기 쉽다. 귀성길에 오르기 전 집 콘센트 상태를 점검하고, 고향집 부모님 방의 전열기구 전선이 해지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안전 효도'가 필요하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고, 전기장판 위에 무거운 가구를 올리지 않는 사소한 실천이 큰 화를 면하게 한다.

셋째, 다중운집시설의 안전을 살피자. 명절 연휴동안 기차역, 터미널, 전통시장 등 다중운집시설은 인파로 북적인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작은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설 관리자와 방문객 모두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먼저, 시설 관리자는 연휴 전 소방시설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비상구 앞에 물건을 적치하거나 방화셔터 아래에 장애물을 두는 행위는 화재 시 탈출구를 봉쇄하는 치명적인 범죄행위다. 비상등은 제대로 점등되는지, 소화전 사용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시민들의 성숙한 안전 의식도 필수적이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는 우측통행 등 보행 질서를 준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진입 시 비상구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화재나 사고 발생 시 당황하지 않고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르는 침착함이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열쇠가 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은 명절에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우리 모두가 가정에서는 세심한 관리자로, 공공장소에서는 성숙한 시민으로 행동할 때, 비로소 사고 없는 '진짜' 즐거운 명절이 완성될 것이다. 올 설날, 모든 가정이 안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풍요롭고 평안한 연휴를 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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