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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군 입대와 청춘

일러스트=조남원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남성 과학기술 인재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 대체복무의 확대와 군대 체제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남성 청년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국방의 의무 이행으로 상당 기간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러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하고 억울하게 생각되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계획을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토론 도중 “대체복무 말고, 군대 내에 연구부대(를 두는) 이런 것도 재미있겠다”고 했다. ▼청춘은 늘 국가가 먼저 부른다. 전쟁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사회에서 병역은 의무이자 통과의례였다. 그러나 총을 멘 시간은 개인에게 공백으로 남았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군 입대는 청춘의 중간을 잘라내는 칼날처럼 느껴져 왔다. 그 칼날을 국가가 쥐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묵직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병법보다 사람을 먼저 썼다. 군량이 모자라면 지혜로 메웠고, 병사가 적으면 책략으로 돌파했다. 숫자가 아니라 역량의 문제라는 오래된 교훈이다. 대통령이 대체복무 확대와 군 체제 개편을 말한 장면은 그래서 “사람을 쓰는 데에 뛰어난 방법과 안목이 있다”는 ‘용인유방(用人有方)’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의 병서 ‘무예도보통지’에도 기술은 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기록돼 있다. 오늘의 전장은 더 복잡하다. 드론과 알고리즘, 데이터와 센서가 총성보다 앞서 움직인다. 병력이 많다고 이길 수 없는 시대에 ‘전문가로 양성된 군인’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연구부대 구상은 공상처럼 들리지만, 사상누각은 아니다. 이미 전쟁은 실험실에서 시작된다. ▼다만 청춘은 정책의 실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군이 학교가 되려면 군다워야 하고, 연구가 되려면 연구다워야 한다. 청춘을 지키는 군대, 군에서 자라는 청춘이라는 역설이 성립할지, 답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에 있다. 국가가 청춘을 부를 때, 그 부름이 빚이 아닌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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