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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의료·요양 통합돌봄이 가져올 지역사회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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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귀희 동해시의장

올해 3월 27일부터 우리 사회 돌봄 체계의 거대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의료·요양 통합돌봄’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각 지자체가 속속 조례를 제정하고 수행기관과 협약을 맺으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40여년간 의료와 돌봄의 최일선에 몸담아 온 필자의 가슴은 설렘과 기대로 두근거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료와 복지 서비스는 경제 발전만큼이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3개월 이상 만성질병을 앓는 노인이 86.1%에 달하지만, 보건의료와 요양·돌봄 서비스는 서로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퇴원 후 마주할 의료 서비스의 공백과 복잡한 행정 절차에 대한 두려움으로 퇴원을 망설이곤 했다. 그렇다고 낯선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노인의 87.2%는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익숙한 자신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번 제도의 가장 큰 의의는 분절되어 있던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꿰어 연결성을 확보했다는 데 있다. 아울러 병원과 시설에 머물던 돌봄의 무게중심을 이제는 대상자가 살던 ‘집’으로 옮겨 오는 것이다. 실제로 시범사업 결과, 통합돌봄 참여자는 요양병원 입원율이 감소하고,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 비용도 1인당 평균 41만원이 절감되는 등 수치로도 그 효과가 증명되었다.

이 정책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려면 무엇보다 기존 복지행정의 관성을 깨는 ‘수요자 맞춤형’ 시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돌봄을 그저 예산 규모가 큰 또 하나의 복지서비스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생김새가 다르듯 대상자의 욕구는 제각각 다르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주민센터와 건강보험공단이 협력하여 대상자의 돌봄 필요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세밀한 접근이 정책 성공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전국에 일률적인 틀을 강요하지 않고 각 시군이 자율적으로 조례와 대상을 결정하게 한 것은 매우 현명한 조치다. 지역의 여건과 주민의 수요를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창의적인 정책을 발굴할때 비로소 진정한 지방자치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시군에 맞는 정책을 펼치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복지 모델을 구축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동시에 지역 의료체계와의 적극적인 소통도 잊지 말아야 한다. 행정 인력만으로는 정책의 사각지대를 완벽히 살피기 어렵다. 다행히 많은 지자체가 통합돌봄팀에 간호직을 포함하며 의료적 공감대의 기반을 닦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재택의료, 방문간호, 다제약물 관리 등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가 돌봄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지역 의료계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제 흩어져 있던 구슬들이 하나로 꿰어지기 시작했다. 40여년전 필자가 처음 의료와 돌봄의 길을 시작했을 때 막연히 꿈꾸었던 ‘모두가 존엄하게 나이 들 수 있는 사회’가 성큼 다가온 듯하다. 이번 통합돌봄의 시행이 우리 지역사회에 진정한 ‘봄날’을 가져다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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