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현직으로는 처음으로 3·15의거 제6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오전 경남 창원 국립 3·5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국가권력에 의해 큰 아픔을 겪으신 3·15 의거 희생자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잠깐 발언을 멈추고 연단 옆으로 자리를 옮겨 허리를 깊이 숙였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박홍기 3·15의거 기념사업회장 등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경찰의 발포로 총 16명이 희생된 3·15 의거가 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이듬해부터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린 이래 현직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당시 마산시민과 학생이 중심이 돼 일어난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으로 16명이 숨지고 최소 272명이 다쳤다.
시위에 참석했다가 실종된 마산상업고등학교 1학년 김주열 열사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으로서 3·15의거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갖는 위상에 그만큼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66년 전 오늘, 이곳 마산에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기억한다"며 "독재정권에 맞서 항거한 시민과 학생들이 피땀으로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이 겪은 고초를 두고도 "잔혹한 억압과 탄압 속에서도 주권자의 손으로 나라의 앞날을 지켜내겠다는 굳은 신념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며 "빗발치는 총탄보다 불의한 내 나라의 현실을 더 두려워했고, 복부를 관통하는 쇠붙이만큼이나 짓밟힌 자유와 정의에 더 아파했던 시민과 학생들의 뜨겁고 담대한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산에서 시작한 3·15의거는 전국 곳곳의 4·19혁명을 촉발했고 마침내 강력했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며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까지 이어진 3·15 정신은 위기 때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울 우리의 이정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3·15 의거가 우리 역사에 남긴 교훈은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힘은 법과 제도 자체가 아니라 주권자의 간절한 열망과 행동으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이 흘러도 가슴과 뇌리에 새겨진 쓰라린 상처와 기억, '그래도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확고한 역사적 믿음이 모여 2024년 12월 3일 밤 내란의 어둠을 물리칠 수 있었다"며 "마산의 시민과 학생들이 맨몸으로 용감하게 총칼에 맞선 것처럼 2024년 겨울밤 대한 국민 역시 맨몸으로 계엄군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또 "1960년 3월 15일이 그랬던 것처럼 2024년 12월 3일 역시 영구집권의 야욕을 국민 주권의 지혜가 물리친 날로, 절망의 겨울을 넘어 희망의 몸을 열어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정부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번영의 근간에 우리 국민이 보여준 불굴의 저력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겠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친 민주유공자들의 정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다음 세대에 더 귀중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3·15의거, 4·19혁명에 참여하신 유공자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 포상하고 기록하며 예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위대한 대한 국민과 함께, 민주유공자들과 열사들이 그토록 간절히 소망했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기념사를 끝낸 뒤 이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3·15 의거의 노래'를 함께 제창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국립 3·15민주묘지 참배단에 헌화하고 방명록에 "님들의 희생과 헌신, 민주주의 완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이날 기념식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관·김경수 전 지사, 3·15의거 유공자와 유족, 학생, 각계 대표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3·15의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처음 참석하고, 경남경찰청장의 첫 공식 사과까지 맞물리면서 지역사회에서 3·15의거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변종민 3·15의거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은 "유족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대통령 방문을 환영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3·15의거가 4·19혁명의 일부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핵심적인 민주주의 역사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달 4·19혁명희생자유족회 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정당을 떠나 국가 원수가 의거 기념식을 위해 지방을 찾는 것 자체가 시민과 유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3·15의거의 역사적 위상을 제대로 세우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위원장은 "5·18민주화운동이나 부마민주항쟁 관련 기념재단은 법률에 근거한 재단이지만, 3·15는 여전히 사단법인에 머물러 있어 국가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3·15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주의 항거인데도 유족 단체 명칭이 여전히 4·19혁명희생자유족회에 머물러 있어 독자적인 역사성이 희석되고 있다"며 "희생자 유영봉안소 역시 산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