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서 여러 사람을 차례로 만나는 ‘로테이션 소개팅’이 새로운 만남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강원도에도 전문 업체가 하나둘 문을 여는 요즘, 어떤 점이 지역 청년들까지 끌어당겼는지 궁금했다. 강원일보 기자들의 ‘해봤다’ 시리즈 6편으로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여해봤다.
지난 15일 춘천의 한 북카페. 청춘남녀 22명이 하나둘 모이자 공간에는 어색한 긴장과 설렘이 감돌았다. 참가자들은 곧 시작될 소개팅에 앞서 프로필 카드를 작성했다. 소개팅은 8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옮겨 다음 사람을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1명이 1시간30분 동안 11명을 만나는 셈이었다. 운명의 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직전이었다.
시작종이 울리자 다들 조심스레 입을 뗐다.
“지금 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인가요?” “어떤 운동 하세요?” “2시간 이상 연락이 없어도 괜찮나요?”
짧은 대화였지만 성격과 생활패턴, 연애관을 가늠해보려는 질문은 의외로 촘촘했다. 8분 동안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순간, 상대는 홀연히 옆자리로 이동했다. 이 과정을 11번 반복한 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최대 3명까지 선택하면 서로를 고른 참가자끼리 매칭이 이뤄진다.
직접 참여해보니 이 방식의 강점은 분명했다. 부담은 낮추고 만남의 폭은 넓히는 구조였다. 3만~6만원의 참가비로 여러 사람의 직업·취향·대화 방식·연애관을 짧은 시간 안에 비교해 볼 수 있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었다. 업체가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등의 기본 정보를 사전에 확인한다는 점에서 낮선 만남에 따르는 불안감도 덜어줬다. 소개팅이 끝난 뒤 결과를 기다리는 두 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도파민까지 안겼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소개팅에 참여하기 위해 강릉·고성·양양 등에서 춘천까지 찾아온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은 청년층이 자연스럽게 모일 계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지인 소개를 제외하면 직장 밖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도 제한적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에서 진행되는 ‘로테이션 소개팅’은 고효율 만남이라는 장점에 더해 지역 청년들이 교류할 기회가 확장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개팅을 위해 양양에서 춘천을 찾은 윤모(33)씨는 “또래를 어디 가야 만날 수 있을지 막막했는데 강원도 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한데 모인 것만으로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장혜령 페어링강원 공동대표는 “서울에서는 참가자 모집이 쉽지 않았지만 춘천에서는 1년 동안 매회 정원 20명이 마감됐다”며 “지역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짧고 강렬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2시간 후면 이 만남의 다음 페이지가 열릴지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 신경이 휴대전화 알림음에 쏠려 있었다. 띠링. 도착한 문자 한 통. “매칭 결과 아쉽게도…”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찼던 1시간30분은 그렇게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