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에는 이미 특별한 구역이 적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숭고한 유산을 제도화한 동계올림픽특구가 있고 환동해권 산업과 물류의 심장부로 설계된 경제자유구역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특별자치도라는 강력한 제도적 기반까지 더해졌다. 타 지자체가 부러워할 만한 훌륭한 자산들을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정작 도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물결은 왜 이토록 더딜까. 그 이유는 제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훌륭한 제도들을 하나의 거대한 성장 생태계로 묶어내는 통합의 전략이 약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강원도는 중앙정부를 향해 규제를 풀어 달라, 예산을 더 달라, 특례를 부여해 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국가 안보를 위한 접경지대의 애환, 산림 보전의 책임, 폐광지역의 경제적 타격을 묵묵히 감내해 온 강원도이기에 이는 정당한 권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보상과 지원 논리에만 머무른다면, 강원도는 영원히 중앙에 손을 벌리는 요청하는 지역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이제는 무엇을 더 받아낼 것인가를 묻는 단계를 넘어, 이미 확보한 제도적 자산으로 어떤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특별자치는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도민의 지갑을 두껍게 하는 실질적 성과로 입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과 창출을 위해 우리는 동계올림픽특구와 경제자유구역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동계올림픽특구는 단순한 경기장 사후관리 지구가 아니다. 평창은 국가대표급 스포츠훈련과 웰니스의 거점으로, 강릉은 국제관광과 MICE 산업의 중심축으로, 정선은 산악레저의 혁신 실험장으로 재편되어 전 세계 사람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관광·문화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역시 수동적인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역 지정이나 부지 조성 자체가 목표가 되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
망상지구는 프리미엄 체류형 관광과 서비스 산업의 메카로, 북평과 옥계지구는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및 첨단 소재, 글로벌 물류 산업의 전진기지로 역할을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 우량 앵커기업을 최우선으로 유치하고 정주 여건을 완벽히 갖추어, 글로벌 자본을 빨아들이는 산업·투자 플랫폼이자 강원 산업 전환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 두 구역을 결코 분리해서 보지 않는 융합의 시각에 있다. 이 두 거대한 플랫폼을 하나로 꿰뚫는 철학은 바로 강원도 균형발전의 뼈대인 3극 3특 공간 전략이어야 한다. 춘천, 원주, 강릉을 3대 거점(3극)으로 삼고, 동계올림픽특구의 역량을 관광·휴양 벨트에, 경제자유구역의 역량을 해양·물류 및 첨단산업 벨트에 매칭하여 입체적으로 엮어내야 한다. 올림픽특구가 창출하는 문화·소비의 힘과 경제자유구역이 끌어들이는 산업·생산의 힘이 3극 3특의 지도 위에서 결합할 때, 비로소 강원도는 자생력 있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융합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가 바로 강원특별법이다. 강원특별법은 단순한 규제 완화 조항의 모음집이 아니라, 양대 특구를 비롯해 연구개발특구와 접경·폐광 지역의 전환 전략까지 단일한 성장 궤도로 묶어내는 최고위의 성장조정법(프레임워크)으로 작동해야 한다.
제도가 마련되고 전략이 섰다면, 이제 남은 것은 도정의 과감한 체질 개선이다. 리더십은 더 이상 중앙정부에 예산을 읍소하는 수동적 관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도내 자원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공간 가치를 창출하는 기획자이자,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자를 설득하고 부처 이견을 돌파하는 저돌적인 세일즈형 도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강원도에는 이미 세계가 부러워할 특별한 구역들이 존재한다. 그 특별함을 도민의 삶을 바꾸는 특별한 성장으로 치환해 내는 일만 남았다. 동계올림픽특구와 경제자유구역, 강원의 무기들은 이제 따로 뛰어서는 안 된다. 함께, 하나가 되어 뛰어야 한다. 그것이 강원도가 지원받는 변방에서, 자본과 인재가 스스로 찾아와 투자하는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도약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확실한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