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기록 관리가 단순한 물리적 보존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아카이브’를 통한 지능형 활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우진 율곡국학진흥원 국학자료실장은 27일 도의회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기록유산의 미래’ 정첵 세미나에서 “과거의 아카이브가 수집과 보관이라는 물리적 관리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가치 있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강원도의 지역 데이터 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 최초의 ‘강원형 스마트 아카이브’구축을 제안했다. 이 아카이브에는 단순한 행정 문서나 고문헌뿐만 아니라, 특정 지점의 지형 변화와 역사적 맥락을 담은 ‘’공간·장소 데이터', 도민들의 생생한 증언과 노하우를 담은 ‘생활사 및 구술 데이터’, 기상 및 산업 구조 변천 통계를 결합한 ‘정책 시뮬레이션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통합 DB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안착을 위해 명확한 역할 분담에 기반한 ‘이원화 민관 협업 거버넌스’를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향후 설립될 행정기관인 강원기록원은 공공기록물의 영구 보관과 이관 등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보존을 전담하고, 전문 연구기구인 ‘율곡국학진흥원’은 민간 및 국학 자료의 수집·전산화와 온라인 스마트 아카이브 운영(디지털 혁신)을 전담하는 체계다. 정 연구원은 “이러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취하면 서고 신축이나 대규모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드는 막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안병우 한신대 명예교수는 기조발제에서 동아시아의 과거 서적 수집 역사부터 근현대 공공기록물 관리로의 변화 흐름을 짚었다. 그는 강원도의 율곡국학진흥원이 도서관(Archive)과 연구원(Institute)의 기능을 결합한 ‘아키튜트(ARCHITUTE)’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기록만으로는 시대의 역사를 복원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주민의 풍부한 생활과 다채로운 활동이 담긴 민간 기록물(매뉴스크립트) 중심의 아카이브 구축이 현실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생동 이천시립기록원 기록연구사는 제1주제 발표를 통해 지방 중심의 ‘기록자치’와 ‘기록문화복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천시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동네의 옛 장소나 하루 일상 등을 기록하는 ‘마을기록인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개인의 일상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강원도 역시 시민이 주도하는 로컬 아카이빙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주제발표에서는 전가희 경남기록원 기록정책팀장이 경상남도기록원의 사례를 통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역할을 소개했다. 경남기록원은 이관되는 방대한 공공기록물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해 가치 있는 민간 기록물 수집에도 앞장서고 있다. 인구 소멸 지역 주민이 50년간 쓴 일기, 항일독립운동과 마산 3.15 의거 기록,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록 등을 구출하여 도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언론과 전시를 통해 도민에게 적극적으로 서비스하는 현황을 보여줬다. 이어 심오섭 강원특별자치도의원을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도 진행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시성 도의장, 권은석 강원도문화원연합회장, 박원재 율곡국학진흥원장 을 비롯한 연구자 등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