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우리 사회의 고령자 주거정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번 법 제정은 단순한 고령층 주거 공급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은퇴 이후 삶의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거시설과 의료·문화·체육 등 생활편의 기능을 결합한 은퇴자마을 구상은 노후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삶의 연속선으로 바라보겠다는 정책적 변화다.
이 같은 변화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과거 은퇴가 생애의 마무리였다면, 이제 은퇴는 또 다른 시작으로 인식된다. 퇴직 이후에도 일정한 소득과 자산을 기반으로 능동적인 삶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의료 접근성, 문화와 여가, 공동체가 결합된 생활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은퇴자마을이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은퇴자마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입지다.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대도시와 지나치게 가까운 곳은 비용 부담과 혼잡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대도시권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생활권을 형성할 수 있는 배후지역이 최적지로 평가된다. 이런 기준에서 원주시 문막읍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쾌적한 정주환경을 갖추고 있어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막의 강점은 단순한 접근성에 그치지 않는다. 영동선 축에 위치해 수도권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결절지라는 점에서, 사람과 물류, 산업이 흐르는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문막이 외곽이 아닌 ‘연결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은퇴자마을이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외부와 유기적으로 이어진 생활권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막은 매우 유리한 입지다.
또한 문막은 산업 기반과 도시 기능을 함께 갖춘 지역이다. 은퇴자마을은 자연환경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의료, 상업, 돌봄,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작동해야 지속가능하다. 문막은 이러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원주가 보유한 의료·교육·상업 기능을 배후로 두고 있어 생활 안정성이 높다. 여기에 자연환경의 쾌적함까지 더해져 도시와 전원의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결국 은퇴자마을은 단순한 주거사업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국토전략이다. 그리고 원주 문막은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한 공간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의 준비다.
앞으로 공모사업이 본격화되면 지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단순한 입지 경쟁을 넘어 차별화된 비전과 실행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원주시는 문막을 중심으로 교통·의료·생활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결합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공모사업은 준비된 도시의 몫이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그 시작을 담아낼 공간을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