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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폐광 그늘 벗고 ‘전환’의 새 시대로 재도약해야

오늘부터 폐광지역,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사양산업·지역 침체 부정적인 인식 걷어내
정부, 사업 잘 추진되도록 전폭적 지원할 때

1920년대 태백 거무내미에서 첫 석탄층이 발견된 이후, 강원특별자치도 남부 지역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던 석탄은 전후 복구와 경제 성장의 핵심 연료였으며, 광부들의 땀과 희생은 오늘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을 지탱한 초석이었다. 그러나 영광의 시대 뒤에는 폐광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가 뒤따랐다. 이제 그 100년의 역사가 변곡점을 맞이한다. 31일부터 폐광지역이라는 법적 명칭이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공식 변경되는 것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단순한 단어의 교체가 아니다.

그간 폐광이라는 단어가 내포해 온 사양산업의 이미지와 지역 침체라는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고, 미래 지향적인 ‘전환’의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지역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6월29일을 ‘광부의 날’로 제정한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국가 경제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공로를 잊지 않으면서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수립한 ‘2026~2030 석탄산업전환지역 중장기 투자계획’을 보면 그 의지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향후 5년간 투입될 2조3,669억원 중 약 66%인 1조5,697억원이 대체산업 육성에 집중된다. 지역별 특화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태백은 청정메탄올 클러스터와 지하연구시설을 통해 에너지 기술의 메카로, 삼척은 중입자 의료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의료·바이오산업 거점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정선의 관광 인프라 확충과 영월의 첨단산업 핵심소재단지 조성 또한 지역의 자생력을 높일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법적 명칭이 바뀌고 막대한 예산이 편성되었다고 해 지역의 부활이 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계획된 투자가 적기에, 그리고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

2조원이 넘는 예산이 지역의 실질적인 고용 창출(3만명)과 관광객 유치(150만명)로 이어지려면, 관료 위주의 행정을 넘어 기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하다. 그리고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의료와 교육 등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지역 소멸’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석탄산업전환지역의 성공 모델은 비단 강원특별자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한 전 세계 모든 탄광지역이 직면한 과제이자, 대한민국 불균형 발전을 해소할 시금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명칭 변경이라는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이후 진행될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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