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유례없는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지난 7일 7,500선마저 넘보는 ‘역대급 불장''이 도래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7만원, SK하이닉스가 160만원을 돌파하는 등 대형 반도체주가 시장을 견인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은 온통 주식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환호성 이면에는 소외감과 불안, 그리고 위험천만한 투기적 징후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이른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이다.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수익을 낸 이들의 기쁨은 커지지만, 참여하지 못했거나 수익률이 저조한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나만 빼고 다 벌었다”는 심리적 압박은 냉정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조바심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추격 매수나, 적금까지 해지해 주식에 올인하는 무리한 투자로 이어진다. 특히 자산 형성 기반이 취약한 2030 청년층과 노후 자금이 절실한 중장년층까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상승장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에만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낙관론이 만든 거품인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동발 유가 불안과 같은 실물경제의 리스크가 지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함에도 시장은 오로지 반도체 업황의 장밋빛 미래만을 선반영하며 질주하는 모양새다.
만약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지수가 급격히 조정받을 경우, 고점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한 투자자들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투자는 본래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이 비이성적 과열 양상을 띨 때는 사회 전체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경계 목소리가 필요하다. 주식 시장은 언제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생동하는 유기체와 같다. “내가 팔면 오르고, 내가 사면 떨어진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묵은 탄식은 결국 시장의 변동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에 휩쓸린 투자가 부른 결과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주변의 부추김에 흔들리는 귀가 아니라, 자신의 자산 구조를 점검하는 차가운 머리다. 노후 대비용 적금을 깨거나 생활비를 쏟아붓는 것은 ‘투자''가 아닌 ‘도박''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