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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 오월의 향기 아까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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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우승순

◇에세이스트 우승순

오월은 사랑과 존경이 있는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도 있다.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하는 석가탄신일도 오월이다. 사랑과 자비가 특별한 날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는데 바빠 잊고 미뤄왔던 마음을 돌아보고 재충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오월은 아까시꽃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맘때쯤 하얀 꽃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달큼한 향을 흩날리면, 벌들도 “윙윙” 거리며 신바람을 일으킨다. 아까시향에는 어릴 적 고향 냄새도 배어 있다. 십리나 되는 하굣길엔 빈 도시락에 숟가락 부딪는 소리가 “달그락 달그락” 요란했고 허기졌다. 아까시꽃송이를 통째로 입에 넣고 앞니로 쭉 훑으면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꽃잎이 입안 가득했다.

아까시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891년으로 알려져 있다. 동요 ‘과수원길’에서 보듯 아까시나무는 상당 기간 ‘아카시아’로 불렸는데 서로 다른 식물 종이다. 아까시나무는 북미가 원산인 반면, 아카시아는 아프리카나 호주에 많이 분포하는 나무로 우리나라 풍토에는 안 맞아 일부 식물원에서만 재배된다고 한다. 하얀 꽃이 피는 아까시나무와는 달리 분홍 꽃이 피는 꽃아까시나무도 있는데 이는 1920년경 미국에서 관상용으로 들여와 퍼진 나무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속성으로 잘 자란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민둥산을 복구하기 위해 1980년대까지 국토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여러 곳에 조림되었다. 목질이 단단하여 연료용, 사방용, 철도 침목용 등으로 쓰이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고, 콩과 식물인 아까시나무는 뿌리혹박테리아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개척 수종이기도 했다. 또한 최고의 ‘꿀나무’다. 우리나라 식물 4,000여종 가운데 밀원 식물이 250여 종 정도 되는데, 그 중 아까시나무 꽃이 전체 꿀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꿀벌 나무(bee tree)다.

아까시나무는 왕성한 생명력 때문에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산림 생태계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퍼뜨린 나무라고도 했고, 무덤가에 있으면 뿌리가 시신을 돌돌 감싼다는 속설도 있어서 보는 대로 베어내고 땔감으로 사용하곤 했다. 어린 시절 아까시나무를 아궁이에 넣고 불을 때면 수분이 거품으로 빠져나오면서 고소한 향이 은은했던 기억이 있다.

아까시나무가 미움을 받은 데는 가시도 한몫 했다. 어린 나무나 새순에는 초식 동물로부터 잎을 보호하기 위해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매단다. 다루기 불편하고 찔리기 일쑤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차츰 가시를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꽃을 피우고 꿀을 만든다.

사람의 마음에도 가시가 있다. 어릴 때 돋아난 가시도 있고 살면서 생긴 가시도 있다. 그 가시로 찌르고, 찔리면서 가시처럼 외로울 때도 있지만 마음속 가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월이 더욱 향기로운 것은 가시를 사랑으로 바꾼 아까시꽃이 활짝 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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