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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디지털 의료 전환, 대만이 보여준 미래의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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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충량(石崇良) 대만 위생복리부 부장(장관)

◇스충량(石崇良) 대만 위생복리부 부장(장관)

전 세계 의료 시스템이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의료 인력 부족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현실이 됐다.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기존 방식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제 의료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대만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강한 대만(Healthy Taiwan)’이라는 국가 비전을 바탕으로 의료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디지털 돌봄’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을 융합해 의료의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람 중심의 ‘전인적 돌봄(Holistic Care)’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만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가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방대한 의료 데이터는 스마트 의료 발전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대만은 국가 차원의 디지털 의료 플랫폼인 ‘333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다. 3대 공간, 3대 표준, 3대 AI 센터를 연계하는 이 구조는 디지털 건강 인프라의 핵심 축이다. 현재 전국 400여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통합을 추진 중이며, 국제 표준인 FHIR 체계를 도입해 병원 간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보안 체계를 적용해 의료 데이터의 안전성과 활용성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성과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에서는 ‘가정의학 대플랫폼’에 AI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진이 환자 맞춤형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의료 패러다임을 단순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관리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변화다.
의료 정보 통합 분야에서는 MediCloud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진료·투약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검사 결과 시각화와 스마트 의료영상 판독 기능을 강화해 환자 안전성과 진료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 참여형 건강관리 체계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개인 건강관리 플랫폼인 ‘건강통장’의 보급률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웨어러블 기기와의 연계를 통해 국민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능동형 의료 환경도 확대되고 있다.
암 치료 분야의 디지털 혁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데이터를 FHIR 표준으로 교환하면서 중증질환 심사와 신약 사용 절차를 대폭 단축했다. 이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기반이 되고 있다.
가상 건강보험카드와 전자처방전,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도 눈에 띈다. 이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과 도서산간 지역, 재택 돌봄 영역에서 특히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뛰어넘어 누구나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의료 AI 분야에서도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현재 19개의 국가급 의료 AI 센터를 운영하며 책임 있는 AI 관리체계와 임상 검증, 영향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구개발부터 실제 의료 현장 적용까지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미 50개 이상의 의료 AI 제품이 승인돼 암 조기 발견과 심혈관 질환 예측, 임상 의사결정 지원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13개 병원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의 ‘2026 세계 최고 스마트병원’에 선정되며 아시아 2위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국제 협력 모델이다. 대만은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외부로 이동시키지 않으면서 AI 모델을 공동 검증할 수 있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신뢰 기반의 국제 의료 데이터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질병에는 국경이 없다. 디지털 기술과 의료 협력 역시 국경을 넘어야 한다. 대만은 데이터 기반과 표준 상호운용성, AI 기술 역량을 결합해 의료 서비스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와 일상생활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의료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더 나은 돌봄에 있다.
대만의 경험은 디지털 의료 혁신이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대만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스마트 의료 발전을 지속적으로 심화하며, WHO가 강조하는 ‘건강은 기본적 인권’이라는 가치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정신을 실현하는 데 국제사회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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