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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현장체험학습서 안전사고 나도 고의성·중과실 없다면 인솔 교사에게 법적 책임 안 물어

읽어주는 뉴스

사고시 전담변호사 지정 법률 상담·소송 대응까지 원스톱 지원
교육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 발표…학교안전법 개정 추진
현장 보조인력 학급당 1명…민간업체 패키지상품 확대 지원도

◇제주도 서귀포시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는 교사에게 사고 즉시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모든 법적 대응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8일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나도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없다면 인솔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내용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 안전사고 대상에는 수학여행을 비롯해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 실습 등 학교 안팎의 교육활동이 포함된다.
대책의 핵심은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학교장과 교직원, 보조인력은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 안전사고와 관련한 민사·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육부는 법 개정 배경에 대해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며 “교사들의 책임 부담으로 최근 현장체험학습 운영이 축소되고 있어 이로 인한 학생의 교육 기회 제한 등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역별 초등학교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을 보면 대전은 4.0%에 불과했고, 서울(7.7%), 경기(9.7%), 인천(13.6%) 등도 매우 낮았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 논의를 위한 교원단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5.21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지원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데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이 크게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더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후 교육부는 교원단체의 의견을 여러 차례 수렴한 데 이어 학부모단체 간담회,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시도교육청 협의 등을 거쳐 이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국회와 조속히 협의해 올 하반기 법률 개정 작업에 돌입, 내년 상반기에는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기소 단계에서부터 고의·중과실 면책 조항의 취지가 반영될 것”이라며 “재판으로 이어지더라도 수사기관은 고의·중과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교사로선 법적 보호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조만간 별도의 수사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일부 교원단체가 요구해 온 ‘교사의 안전사고 완전 면책’을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이번 대책이 모든 교원단체를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면한다고 했을 때 학부모 입장에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지원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사고 발생 시점부터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모든 법적 대응을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소송 이후에나 법적 지원이 가능했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해 교원의 소송비용 및 배상 책임을 지원하고, 실질적 보상 지원 금액도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17개 시도교육청별로 약관을 정해 법적 대응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소송 진행 시 660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배상 책임 지원은 2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확대한 상태인데 추가 상향 조정할 게 없는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7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또 현장체험학습 시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체험학습 인솔교사를 보조하는 보조인력의 안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 등과 협력해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이들이 안전사고 예방·대처, 학생 인솔 등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온라인 연수과정도 개발할 예정이다.
전국 기준 보조인력은 5천명 정도인데, 교육당국은 개별 학교가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유관기관과 협력해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과 시설, 차량 등에 대한 사전 안전점검 지원도 확대한다.
제주와 경주 등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를 타지역으로 확대하고, 현장체험학습이 집중되는 봄·가을에는 교통안전 합동 현장점검 집중기간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 방안도 세웠다.
전국 모든 교육지원청에서 전담 인력을 배치해 기존에 교사가 해오던 계약, 보조인력 배치,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담 인력은 작년 기준 30명이었는데 내년에는 200명이 추가될 것”이라며 “그러면 교육지원청별로 최소 1명 이상이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업체가 숙식, 차량, 프로그램 운영 외에 안전관리까지도 책임지는 현장체험학습 꾸러미(패키지) 상품을 확대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여행업협회, 한국관광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안에서의 배움을 삶과 연결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이라며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고, 양질의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마음껏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내놓자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의 형사처벌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학교안전법 개정안, 사고 발생 시 교육청 전담팀 운영 및 변호사 지원, 보조 인력 배치 등 교육부 발표에 대해 “일부 교총의 요구가 반영됐지만 현장의 불안감 해소와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고 아쉽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육부 방안은 교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 책임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교사의 지침 준수 여부나 과실 유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은 학교나 행정당국이 아닌 수사기관과 법원 등 사법기관의 몫이라는 점에서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준용해 교사의 명백한 귀책 사유로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 자체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학교안전사고 특례법’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형사 면책 제외 요건으로는 △교육활동에 필요한 사전 예방 안전교육 미실시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곤란한 상태에서 학생 지도 △학교 안전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구호 조치 미이행 등을 제시했다.
나아가 교총은 “분쟁 발생 시 관할청이 소송 주체로 대응하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 이를 안전사고뿐 아니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포함한 교육활동 전반으로 확대하는 ‘국가소송책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금 학교 현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는 문제는 사고 발생 시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피의자와 피고인이 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안전법 개정안 중 중과실 여부 판단과 관련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교사는 여전히 수사와 기소, 형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안전법에 교사가 사전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무단이탈하지 않는 등 기본적 의무를 다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역시 교육부 발표를 두고 “이번 대책은 어디까지나 사고 이후를 전제로 한 사후 대응책에 머물러 있다”며 “현장 교사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불안과 책임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사의 정당한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와 교육청, 학교법인이 책임의 주체가 되는 국가책임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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