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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진통

2017년 3월10일 이른 아침부터 전 국민의 이목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박근혜) 탄핵사건 선고에 쏠렸다. 이를 중계하는 TV 화면에 시선 고정됐다. 담담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또박또박 읽어 나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오전 11시21분, 바로 이어졌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일 후 이정미 재판관 퇴임식이 열렸다. 예의 담담한 표정으로 퇴임사를 읽어 내려간 그녀는 “우리는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라며 심경을 내보였다. 그러곤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라며 소신을 내보였다. ▼진통(陣痛)이라는 말이 생생하다. 아이를 낳는 산고(産苦)다. '진을 뺀다'고 했다. 그래서 기진맥진해진다. 철학과 종교, 문학과 역사, 인류학과 의학, 생물학과 뇌과학을 넘나들며 통증을 통찰해 아우른 인간학적 보고서가 멜러니 선스트럼의 주저 '통증연대기(국역:에이도스 간)'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의학연구소 통증 연구·교육·치료 발전위원회 위원인 저자의 고찰에 의하면 '인류의 역사는 곧 통증의 역사'다. 감내할지, 치료·치유할지에 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지자체마다 6·13 지방선거에 따른 새 진용 갖추기가 시작됐다. 골몰하는 가운데 새 진용에 대한 저마다의 견해가 난무한다. 눈치보기, 줄서기, 자기 사람 천거하기 등의 처세군상이 드러나고 있다. 경쟁자 흠집 내기도 횡행한다. 공무원사회와 지역·시민사회가 뒤얽혀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사에서의 간곡한 당부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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