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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100세 시대 재앙' 치매

'어떤 질환이 가장 두려우십니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이 질문에 60세 이상 노인 44.3%가 '치매'라고 답했다. 뇌졸중이나 암보다 높은 1위였다. 기억이 사라지는 건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기에 다른 질병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병은 불가항력적 삶의 소재로 드라마에서 자주 인용된다. 몇 년 전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도 '젊은 치매'에 걸린 주인공의 캐릭터는 강렬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공(수애)이 긴 머리에 헤어롤을 친친 감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애인을 만나러 가던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아직도 애잔하다. 젊은 치매 환자가 전체의 0.5%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 수치는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하니 젊은 층의 치매도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깜빡깜빡할 때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왜 컴퓨터를 켰는지 생각나지 않아 멍하게 앉아 있는 일쯤은 애교 수준. 이런 현상이 단순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인지를 고민하는 건강염려증이 유난히 많아진다는 계절이다. 시들 줄 모르는 장기간 폭염이 더욱 기억을 희미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노인층 치매는 더 심각하다. 2017년 전국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2만4,000여명에 달한다. 2030년에는 127만명, 2050년에는 27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달 말 영월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도내 전역에 치매안심센터가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환자 개인에게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고, 가족에게는 간병에 따른 고통을 주며, 사회엔 막대한 비용을 야기하는 치매. 국가와 자치단체가 치매 관리를 위해 보다 '촘촘한 그물'을 쳐 나가야 할 때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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