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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실황 & 생중계

“2000년 6월13일 오전 10시38분. (…) 우리의 대통령을 맞이하는 동포 평양시민들의 꽃다발 흔드는 소리에 묻혀 잠시 잊혀질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 우리는 이제 이 감격의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튿날 자 강원일보에 나온 '남·북정상의 만남을 보고' 제하 기고다. 평양 순안공항 광경을 TV중계로 지켜본 박민수 시인·춘천교대 총장(당시)은 “적대 관계를 뛰어 넘어 울컥, 같은 민족으로서의 감정을 다시 솟구치게 한 그 순간”이라고 적었다. ▼바로 그 '순간'이다. 사전에는 '아주 짧은 동안'이라고 풀이돼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또는 두 사건이나 행동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바로 그때'라는 설명도 나온다. 철책선 너머에서 벌어진 현상을 안방에서 동시에 체험하게 하니 철학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된다. ▼공연을 '시간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흐름의 연결이자 변주다. 여기에 극적인 순간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감동이다. 그 현장에서 체감하니 지각·인식을 직접 경험하는 쾌감이자 묘미다. 그 현장 분위기를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케 되니 실황중계, 생중계 효과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현지 행보가 TV 생중계로 확인됐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신년사도 녹화로 전했던 북한의 사정에 비하면 파격이다. 하지만 실시간 중계 경험 미숙 탓에 발생하는 결례 장면이 종종 노출돼 쓴웃음을 짓게 한다. 생중계 현장에서 취재진이 무례하게 행보하는 탓에 극적 장면의 효과가 반감된 아쉬움이다. 오늘(19일) 두 번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정상의 동상동몽(同床同夢) 숨결까지 낱낱이 전하는 생중계를 기다린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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