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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노을이 되는 12월

“녹봉이 나오면 가난한 친척이나 백성에게 나눠 주기 일쑤였다. 주위 관료들이 쌀을 갖다 줘도 사흘이 가는 법이 없었다. 빈손으로 떠난 그의 장례엔 백성이 구름처럼 몰렸다. 친구들이 수의를 빌려 장례를 치렀다.” 대학자 율곡의 얘기다. ▼나눔은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만든다. 이를 실천하면 정신이 고양되고 육체적 건강까지 좋아진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있다. 미국에서 자원봉사자 2,700명을 10년간 조사했더니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의 사망률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절반 정도 낮았다(배연국, 사랑의 온도탑, 2011). 평생 나눔을 실천한 테레사 수녀의 전기만 읽어도 면역 기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12월, 불우한 이웃들에게 마음이 더 가는 계절이다. 시중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그러나 '나눔'으로 여유를 갖자. 우리에게 일상의 단위는 하루이며 시간이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사람마다 시간의 활용은 다르다. 그리고 시간과 하루가 켜켜이 쌓이고 쌓여 원형(圓形) 또는 선형(線形)의 시간이 된다고 한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은 원형이다. '유수 같은 세월'은 선형이다. 현대인들은 무조건 바쁘다고 한다. 조급하게 마음만 분주하면 우리의 삶은 피폐하며 긍정적인 생활을 못 하게 된다. ▼한 해가 노을이 돼 내리는 12월. 머지 않아 우리의 인생도 12월이 다가온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서둘러 가본들 한곳(묘지)에서 만난다. 이것만큼 평등한 것도 없다. 살아 있는 지금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지자.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까지 닿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거리는 얼마일까.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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