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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할 여유조차 없는 그들이 꿈꾸는 사랑

원주 출신 이기호 소설가 '누가 봐도 연애소설' 펴내

사랑 주제 짧은글 30편 엮어

팍팍한 삶 속 서로를 아끼는

평범하고 짠한 우리 이야기

'그래도 사랑하라' 외침 울려

문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원주 출신 이기호 소설가가 첫 번째 연애소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을 펴냈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모든 이를 위한 30편의 글을 모았다. 사랑을 주제로 재미와 깊이를 모두 갖춘 짧은 소설들이다.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이 평범하다. 편의점에서 '1+1 물품'에 눈독들이고 '카라멜콘땅콩'의 땅콩 개수가 줄었다고 분개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아파 보인다. 암에 걸렸거나 치매에 걸렸다.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시험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보고 '자꾸만 마음이 아파 오는 것을 어쩔 수 없어'하며 사랑에 빠져든다.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을 매일 먹는 편의점 직원에게 직접 만든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집 청년, 이혼하고 고향에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청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대학 동기에게 큰마음 먹고 돼지갈비를 사주고는 혹시 지원금으로 결제가 안 될까 봐 걱정하는 청년 등 여유가 없어 보이는 짠한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한다.

저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고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복수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는 사람을 본 적 없단다. 저자는 사랑으로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비루한 존재들의 삶에서 기어코 사랑을 건져 올린다. 등장인물들은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이용당하는 거라고 멍청하게 속지 말라는 세상을 향해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고 소리친다.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 능청스러운 유머까지 이기호밖에 쓸 수 없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저자는 “5년째 한 달에 두세 편씩 꼬박꼬박 짧은 소설을 쓰고 있는데, 매번 무슨 백일장을 치르는 느낌”이라며 “백일장은 쓴 사람 이름을 가린 채 오직 글로만 평가를 받는 법. 그 마음으로 계속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이름은 지워지고 이야기만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199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刊. 232쪽. 1만3,800원.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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