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날던 여객기가 압력 문제로 동체 옆면에 큰 구멍이 뚫리면서 공포 속 비상착륙을 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6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맥스 9 여객기가 이륙 직후 회항해 5시27분 비상 착륙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해당 여객기의 "승무원들이 압력 문제를 보고한 뒤 안전하게 회항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항공도 성명을 내고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77명을 태우고 있던 이 항공기가 포틀랜드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이 여객기는 공중에서 동체 측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큰 구멍이 뚫린 채로 돌아왔다.
승객 카일 린커는 "정말 갑작스러웠다. 고도에 도달하자마자 창문과 벽체가 터져나갔다"고 CNN에 말했다.
또 다른 승객 비 응우옌(22)은 "잠이 들었다가 큰 소리에 잠이 깨 눈을 떠보니 눈앞에 산소마스크가 보였다. 왼쪽을 보니 비행기 옆면 벽이 사라진 상태였다"면서 "가장 먼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의 친구인 엘리자베스 르(20)도 "아주 크게 펑 하는 소리가 났다"며 고개를 들어보니 2∼3열 떨어진 비행기 벽체에 뚫린 구멍이 보였다고 했다.
다행히 구멍 바로 옆의 창가 좌석은 비어있었으나 가운데와 통로 쪽 좌석에 10대 소년과 어머니가 앉아있었다.
동체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소년의 셔츠가 비행기 밖으로 날아갔으며, 승무원들이 곧 이들 모자를 반대편의 다른 좌석으로 안내했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착륙 직후 구급대원들이 기내로 들어와 부상자를 파악했는데 구멍 바로 뒷줄에 앉았던 남성이 발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노조 알래스카항공 지부는 승무원 한명도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항공편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회항 전 고도 1만6천피트(4천876m)까지 상승했고, 최고 시속은 440마일(708㎞)로 기록돼있다.
이 항공기는 지난해 11월 출고돼 인증을 받았으며 같은 달 11일 상업 운항을 시작해 145차례 비행을 했다.
항공사 측은 자사 보유 항공기 가운데 이번 사고기와 같은 737맥스 기종 65대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737맥스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추락 사고로 모두 346명이 사망한 뒤 전 세계에서 20개월간 비행이 중단된 기종이다.
FAA는 2019년 3월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가 2020년 11월 이를 해제했다.
보잉은 성명을 내고 "알래스카 항공 1282편 관련 사고를 인지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 노력 중이며 우리 기술팀에서 조사를 지원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항공과 미국 연방항공청,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기체 설계보다는 제조 과정상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전직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에 난 구멍이 필요에 따라 막아두거나 출입구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부분으로, 조사관들이 해당 부분 제조상의 문제를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잉의 737맥스 9 기종은 객실 좌석 배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듈식 차벽으로 비상구 수를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됐다.
예를 들어 최대한 많은 인원을 태우려는 저가 항공사는 측면 개구부를 모두 뚫어 비상 출입문으로 만든다.
비즈니스석 등 더 넓은 좌석을 많이 설치하는 경우 전체 탑승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비상 출입문도 덜 필요해지므로 일부 개구부를 모듈형 차벽으로 막을 수 있다.
차벽으로 막으면 객실 내부에서는 일반적인 기내 벽면처럼 보이지만 외부에서는 비상구 윤곽이 보인다.
이번에 비상착륙 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여객기가 이런 경우다.

블룸버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보잉 737 계열 기종에 이런 모듈형 차벽이 도입됐으며 항공기 수백 대에 설치돼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항공 사고 여객기의 동체는 보잉의 부품 공급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에서 제작했다.
FAA에서 사고조사 책임자를 지낸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 구제티는 "이번 사고는 제조상 결함의 모든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티는 "우리는 보잉이 제조상의 품질 결함과 관련해서 보인 모든 문제와 연관 지어서 이번 사고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