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국가재난에 지방 예산으로 대응… 산불 헬기 국비지원 시급"

강원지역 산불진화 헬기 지자체 임차비만 연 79억…국비 지원 절실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부근에서 산불이 재발화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 면적 중 81%(136만6,644㏊)가 산림인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에서 산불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도와 일선 시·군은 대형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진화헬기를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봄철 산불에 대비해 편성한 헬기 임차 예산만 7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모든 비용이 국비 지원 없이 전액 지방비로 충당된다는 점이다. 도와 시·군이 3대7 비율로 나눠 부담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29.4%에 불과한 강원도로서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산불진화 헬기 66%는 지자체 몫"=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배치된 산불진화헬기 119대 중 78대(66%)가 지자체가 직접 임차한 헬기다. 1997년만 해도 전국에 14대에 불과하던 임차헬기는 산불 대형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2022년 강원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이후 급증했다. 강원도에 배치된 산불진화 임차헬기는 총 10대다. 춘천·홍천, 원주·횡성, 철원·화천, 양구·인제, 영월·평창, 정선·태백, 속초·고성, 강릉·양양, 동해·삼척 등으로 권역을 나눠 공동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차헬기 운영 비용 79억원을 국비 지원 없이 도와 시군이 전액 부담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불 진화 업무가 지자체 고유 사무로 분류돼 있어 생긴 구조적 한계다. 국가재난인 산불에 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강풍 뚫는 초대형 헬기, 강원 영동에 단 1대뿐=2023년 4월 강릉산불 당시, 강풍 탓에 대부분의 헬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초대형 헬기만이 유일하게 진화 작업에 투입될 수 있었다. 일반 임차헬기가 한 번에 600~900ℓ의 물을 살포하는 데 비해, 초대형 헬기(S-64 기종)는 최대 8,000ℓ를 담을 수 있고, 초속 20m 이상의 강풍에도 운항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원 영동지역에 배치된 초대형 헬기는 단 1대뿐이다. 그마저도 강원도는 진화 범위에 넓어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 이에 도는 수년째 초대형 헬기 추가 배치를 요청하고 있으나, 대당 550억 원에 달하는 높은 예산 탓에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산불 헬기, 국비 지원해야” 법안 발의=최근 영남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은 임차헬기 국비 지원 필요성에 다시 불을 지폈다. 실제 강원도 인제에서 운영 중이던 임차헬기 1대가 경상권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섰다가 추락해, 베테랑 기장 1명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자체 단독 책임 구조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도는 2022년 정부에 임차헬기 비용 부담을 건의하는 등 국비 지원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으나 실제 반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서울 강남구병)은 지난달 ‘산불 헬기 의무지원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임차헬기 운영 비용과 정비·부품 교체비 등을 전부 또는 일부 국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향후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3년 4월 12일 강릉시 경포해변 근접한 산림과 건물에 전날 대형 산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강원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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