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봄내극장서 피는 예술의 힘

조정민 세종대 미래교육원 주임교수

예술은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섬세한 언어이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특히 연극은 인간의 내면과 감정, 관계와 사회를 입체적으로 구현해 내는 예술 형식으로, 그 힘은 관객과 만남 속에서 더욱 빛난다. 연극의 공공적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자 한 춘천연극제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은 지역문화 정책의 모범이자, 예술교육의 미래를 선도하는 훌륭한 사례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춘천연극제 ‘문화예술인 육성사업’ 연기 B반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했다. 봄내극장을 거점으로 한 20회의 수업은 시민들이 연극을 매개로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예술적 경험을 삶 속에 직조해 가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교육의 결과로 무대에 오른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은 시민들의 몸과 목소리를 통해 동시대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대사를 말하는 일, 상대와 시선을 나누는 일, 감정을 행동으로 구현하는 일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능력’을 확장 시키는 경험이다. 이는 연극 교육이 단순한 취미 활동이나 일회성 체험을 넘어 시민의 문화적 자율성과 공동체적 감수성을 길러내는 소중한 교육임을 실증했다. 관객들 또한 연극이 전하는 생생한 감동을 공유하며 하나의 예술 공동체를 체험했다. 무대 위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살아 있는 문화적 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춘천연극제의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은 지역의 문화정책이 예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사업은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들며 그 성과가 점차 지역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동안 배출된 수강생들은 단순한 참여자에서 벗어나 자발적 창작과 활동의 주체로 성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연극 교육 수료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시민극단 봄내’는 2023년 대한민국 시민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우수연기상 등 총 5관왕을 수상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취미를 넘어, 지역문화의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성과다.

지난해에는 희곡창작 과정을 수강한 시민 수강생이 춘천의 역사적 정체성과 집단 기억을 담은 창작극 ‘고향 가는 길’을 집필했다.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수몰민들의 삶과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희곡은 올해 제4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는 단지 예술 창작의 성과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정서를 예술로 재구성하고 공유하는 고차원의 문화 실천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통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은 나에게도 확신을 남겼다. 연극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도시는 예술을 통해 비로소 인간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봄내극장’이 지역 예술의 중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춘천연극제’가 그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이 교육과 창작을 잇는 견고한 연결 고리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문화도시 춘천의 정체성은 시민의 삶 속에서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시민 스스로가 예술의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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