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반복되는 평가지만, 올 상반기 평가는 유독 눈길이 간다. 강원자치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선정한 ‘베스트 간부’에 정광열 경제부지사 이름이 올랐다. 국장도, 과장도 아닌 부지사급 간부가 영예를 안은 것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위계조직에서 ‘윗자리’가 신뢰받기란 쉽지 않다. 높은 자리일수록 그림자는 길고, 책임보다 권한이 앞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일종의 조직의 전환 신호다. 공직사회가 조금씩 ‘책임형 리더십’의 무게를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상필유덕(賞必有德)’이라는 말이 있다. 상은 반드시 덕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과나 실적보다 먼저 덕을 보라는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평가의 핵심은 업무 역량과 청렴성,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정성지표다. 이른바 ‘인정받는 사람’의 조건은 단순한 지시력이나 권위가 아니라 협업과 배려, 책임감으로 뭉친 신뢰다. ▼강원도청 조직 전반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정량평가가 상향 평준화됐고, 워스트 간부의 비중은 줄었다고 한다. 이는 단지 누가 잘했다는 것을 넘어 ‘함께 잘하려는’ 조직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공직사회에서 베스트보다 더 중요한 건 워스트를 줄이는 일이다. 모난 돌이 거슬리는 게 아니라, 무뎌진 돌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맡은 자리가 곧 책임’이라는 공직의 본령이 회복되는 징후로 읽힌다. ▼다만, 평가는 늘 순간이고, 진짜 평가는 시간이다. 이번 결과가 단발성 박수가 되지 않으려면 제도화보다 내면화가 먼저여야 한다. 평가는 제도가 만들지만 진심은 사람이 만든다. 공직자 스스로가 ‘내가 선택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되묻는 태도가 조직을 바꾼다. ‘덕 있는 자를 높이라’는 말은 단지 유교적 이상이 아니다. 공직이 여전히 공공을 위한다면, 최고의 상은 결국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