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반도체 전사 4만명 키워라…전국 최초 ‘반도체학과’ 만들고 인력양성 특명

[강원 반도체의 미래를 찾다-2]
일본 구마모토대, TSMC 공장 유치 이후 ‘반도체학부’ 개설
구마모토대 학부 개설은 75년만에 처음…급격한 변화 시작
반도체전문학과는 전국 첫 사례…정부, 현청 등 전폭 지원
반도체 인력 4만명 부족에 대학, 고교, 기업 인재양성 올인

1980년대와 1990년대 이른 바 ‘버블’ 시절 세계 반도체시장은 일본이 주도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우리나라와 대만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TSMC 구마모토 공장 가동을 전환점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마침 인공지능(AI)산업 혁명으로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리며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구마모토 공과대학 전경. 박승선기자

■‘반도체 교육’위해 75년만에 학부 신설=‘구마모토에서 세계로, 반도체 미래를 개척하다’

5월13일 강원일보 취재진은 일본 구마모토(熊本)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은 구마모토대 공과대학을 찾았다.

공과대 캠퍼스 곳곳에는 지난해 정보융합학부 반도체 디바이스 공학과정의 개설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휘날렸다. 반도체 미래를 개척하는 문구가 캠퍼스를 뒤덮었다. 플래카드에는 반도체 산업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포부가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구마모토대학에 새로운 학부가 생긴 것은 무려 75년만의 일이다. 일본 전국에서도 최초의 반도체학과다. 일본 거점 국립대인 구마모토대는 1만1,098명의 대학생, 대학원생이 재학 중이다. 마찬가지로 국립인 강원대보다 조금 작은 규모다. 기존에 7개 학부를 운영해온 구마모토대는 지난해 4월 정보융합학부와 반도체 디바이스 공학과정을 개설했다.

올해 초에는 대학원에 반도체 정보수리전공 과정을 열었다. 지난해 말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완공된 이후 대만 4개 국립대와 인재육성과 공동연구를 위한 국제협정을 체결했다. 구마모토대에 75년 만에 불어닥친 변화를 반도체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구마모토대는 지역의 주력인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에 진심이다. 2016년 구마모토대 졸업생 중 반도체 기업 취업자는 34명에 그쳤다. 하지만 2022년엔 95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구마모토에 이미지센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소니와 구마모토대는 2018년 함께 공동연구실을 운영했다. 당시 학부생 20명, 대학원생 13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중 8명이 소니에 취업했다.

오가타 토모나리 구마모토대 연구개발전략본부 교수는 “반도체 등 기업과의 수탁·공동연구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10년 전에 비해 기업의 연구투자가 3배 이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에 위치한 TSMC 공장과 인접해있는 소니공장 전경. 구마모토=박승선기자

■고교, 기업까지 나서 ‘반도체 인력’확보 올인=구마모토대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기관들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올인하고 있다.

1995년 일본의 반도체 전문인력은 23만명 수준에 달했지만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등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이후 2023년에는 19만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TSMC 공장 가동 이후 당장 필요한 신규 채용인력만 700명에 달한다. 협력 기업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7,500여명의 반도체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마모토현은 물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기민하게 대응해야할 필요성을 몸소 깨닫고 있다.

이에 구마모토현립 기술단기대는 지난해 정부 공모를 통해 반도체기술과를 개설했다. 기술단기대 반도체기술과 교육을 마치면 구마모토 대학 정보융합학부 2학년으로 편·입학이 가능하다. 구마모토현청과 구마모토대의 협업이 만들어낸 제도다.

고교에서도 반도체 과정을 도입했다. 구마모토 고등전문학교는 반도체공학개론, 미나마타고교는 반도체정보과, 구마모토 공업전문학교는 반도체공학과를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반도체 기업 견학투어를 하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있다.

인력이 절실한 기업들도 손을 걷어붙히고 나섰다.

반도체 중고 장비기업인 아스카인덱스는 2022년 자체적으로 반도체실기종합대학을 만들었다.

닛켄토탈소싱은 연수시설인 구마모토 테크노센터, 세계적 반도체 세정장비 기업인 SCREEN은 엔지니어 육성시설인 ‘장인’을 운영한다.

월드홀딩스는 2023년부터 구마모토에 반도체요원 연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야마다 준코 구마모토현청 산업진흥국 기업입지과장은 “가장 중요한 곳은 결국 인재다. 구마모토현이 일본 내 반도체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은 견실한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의 기반이 있어 숙련된 인력수급이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공과대학. 박승선 기자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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