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김태효 전 안보실 차장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VIP 격노설' 첫 인정

특검 "현재로선 추가 소환 계획 없어"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실세 참모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특별검사 조사에서, 이른바 ‘VIP 격노설’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장은 11일 오후 2시 50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오후 10시경 조사를 마친 그는 별다른 발언 없이 귀가했다.

취재진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는 실제 있었느냐”, “이첩 보류 지시와 윤 전 대통령의 연관성은 없느냐”고 질문했으나, 그는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성실히 답변했다”는 짧은 언급만 남겼다.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차장은 2023년 7월 31일 열린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상황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크게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기존에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당시 회의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는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조사 이후 “수석비서관 회의 상황을 중심으로, 사건 회수 및 이후 개입 여부 전반에 대해 질문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김 전 차장이 조사 내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예정된 조사는 오후 9시 이전에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추가 소환 계획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 중 한 명으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참모로 꼽힌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된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이후 수사 외압에 개입한 주요 인물로 보고 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격하게 반응했고, 이에 따라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변경됐다는 의혹이다.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통해 격노설의 실체를 일부 확인한 특검은, 당시 외교안보실장이자 회의 참석자였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을 추가로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강제 수사에도 착수했다.

전날에는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이날 오전에는 서울 서초동 윤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수수색해 사용 흔적이 있는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짐이 보관돼 있던 경기 구리시의 임대 창고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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