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잘가요 아버지, 내겐 너무 특별했던 당신”

◇황혜련 作 ‘잘가요 아버지’

강릉 출신 황혜련 작가가 소설 ‘잘가요 아버지’를 펴냈다.

부모의 눈길이 내내 우리를 향했던 동안, 우리는 몇번이나 부모의 삶을 헤아렸을까? 소설은 부모와 자식의 ‘불공정 거래’에 관한 이야기다. 치매는 아버지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사랑했던 이와의 추억도, 나 자신에 대한 기억마저도. 아버지의 휘발된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막내딸인 화자는 부모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존재했던 아버지를 마주한다.

기억을 잃은 아버지는 수십 년을 살아온 옛 집 만을 기억했다. 허물어질 날만 기다리는 낡은 집에 아버지는 어떤 기억을 두고 온 걸까? 화자는 아버지의 지난 세월을 따라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던, 말 못할 비밀을 저 멀리 몽골에 숨겨 둔 한 사람을 마주한다. 아버지이기 전에 그저 한 사람이었던 그의 삶을 바라보며 딸은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여든 아홉. 결국 아버지는 떠났다. 온몸에 거미줄처럼 엮여 있던 의료기기를 떼어버리고 단출하게 누워서. 누군가는 살만큼 살고 간 거라고, 그러니 호상이라고 말했지만 이별은 어떤 식으로든 생채기를 남긴다.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 처음 남겨진 나는 이제 그리움을 견디는 방법을, 슬픔을 삭이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끝으로 화자는 오랜 불공정 거래의 댓가를 기꺼이 치루기로 한다. “잘가요 아버지. 내겐 너무 특별했던 당신.”

황혜련 작가는 “아버지의 수혜가 너무나 당연하다 여겼으나 정작 아버지가 자식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는 당연한 게 하나도 없었다”며 “이 소설은 그런 불공정한 거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실천문학사 刊. 121쪽.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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